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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리더라면 기꺼이 목소리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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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기업가와 정치인은 모두 말이 많다. 트위터 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유력기업 대표들의 주주서한은 늘 화제다. 지난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최저임금 좀 높이라며 다른 유통 경쟁사들을 자극했는데, 월마트 부사장은 세금이나 내라는 트윗으로 응전했다. 한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아마존의 글로벌 인공위성 인터넷 구상이 자기를 베꼈다고 비웃기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에는 마치 '힙합 디스전'과 같은 리더들의 육성 웅변이 흘러넘친다. 그 결과 임금은 좀 더 올라가고 시장은 조금 더 투명해질 것이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에서는 "의견을 내는(being vocal)" 것이 리더의 제일조건이다. 생각이 없다면 생각이 있는 이를 따른다는 철학이 연공서열 문화 대신 깔려 있어서다. 생각이 없다면 웅변은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웅변하도록 진화됐다. 다른 종에겐 잡음에 불과한 언어의 주파수는 놀랍게도 듣는 이들의 머릿속에 똑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현대인은 비전이라 전략이라 이야기하는 그것.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비결이었다. 마케팅도 기획도 결국은 모두 스토리. 웅변은 내부적으로 리더의 정당성을 확보해줬고, 외부적으로 그 조직의 가치를 높여줬다. 용기를 북돋아 새로운 사냥을 떠나게 하고, 남아 있는 이들은 채집의 팁을 교훈으로 공유했던 태고의 본성 그대로.


우리는 리더의 웅변에 100% 동의하지도 믿지도 않더라도, 기꺼이 설득되고 때로는 안도한다. 화자가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책임의 구조'가 완성돼서다. 누가 의사결정의 주인공이고 책임자인지, 그 역시 나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무대에 선 바로 내가 당사자요 장본인이니, 대내외로 이 구조를 믿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투명성을 확인시키는 일종의 연극이다.


한국기업도 많이 좋아져서 무대에서 스티브 잡스풍 제품 발표쯤은 하고 있지만, 조직의 진정한 총책임자가 낸 육성이 세간의 관심 대상이 돼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일은 드물다.

불투명한 베일에 가린 '무책임의 구조'가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면 구태여 나설 이유가 없다. 심지어 신산업군조차도 이에 물든다. 벤처 기업가들도 가만히 있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듯 어느새 은둔형이 된다.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부와 권력이 그대로라면, 뒷담화나 구설에 오를 가능성을 피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번 돈 즐기며 조용히 사는 것이 가장 남는 것. 부와 권력의 표면은 점점 허수아비와 바지사장이 차지하는 사회가 된다.


책임자가 마이크 앞에 서고 펜을 들고 자신을 노출해 얘깃거리가 되는 일은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을 통해 대중은 세속적 성공에 대해 납득할 이유를 찾으려 하니 여론의 풍파는 거세다. 사실 누군가가 왜 성공했는지 알 수 없고, 그저 모든 것이 상속받은 운, 정부가 밀어준 덕, 문어발의 효과라면. 모두 이런 식이라면 그 사회에서는 새로운 일을 벌일 기운이 날 리가 없다.


인류는 뒷담화를 통해 질서를 유지해왔다. 프리라이더도 '먹튀'도 그렇게 걸러냈다. 뒷공론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준다. 연예인의 악행에 혀를 차거나, 선행에 흐뭇해 하며, 실검이 도배되는 것도 그런 본능 탓이다. 하지만 남의 말로부터 아예 숨어버릴 수 있는 이들이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면, 이처럼 위험하고 기분 나쁜 일은 없다는 것을 진화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따라서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 관심의 중심이 기꺼이 되는 일은 사회 환원이자 리더십이다. 지금 이 사회에 가장 부족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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