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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탈세 : 주연과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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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적폐사건'이나 서울 강남 유흥음식점 탈세 사건은 지나친 금력의 추구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깨끗한 부자(淸富)란 말이 있지만, 현실은 탈세가 부의 축적 과정에서 상당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이렇게 형성된 돈에다가 권력까지 더해지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사라진다. 그들은 부와 권력을 염치없이 거머쥔 채 악화(惡貨)를 마구 휘둘러 양화(良貨)를 시장에서 쫓아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는 곳엔 음란한 성과 마약이 기생하기도 한다.

대형 탈세 사건의 주변에는 유능한 세무조력인들도 있다. 이들 중 극히 일부는 세법과 세무조사라는 탐지기에도 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절세를 가장한 맞춤형 '탈세기획상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만들어서 세금을 부당하게 줄일 궁리는 탈세자의 머리만으론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탈세라는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다. 탈세상품을 만든 자와 이를 이용한 자 중 누가 더 나쁜가. 도토리 키 재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탈세를 파헤치지 못한 과세관청 역시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세무조사권은 힘 없는 자의 팔을 비트는 데 쓰라는 게 아니라, 돈과 권력으로 뒤엉킨 탈세의 진상을 쾌도난마처럼 파헤치라는 데 있다. 바지사장과 그 주변인들의 자금을 추적하면 탈세행위를 어렵지 않게 밝혀낼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유가 궁금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하는 제도를 도입 시행할 필요가 있다. 녹음권이 보장되면 탈세자를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세무조력인의 부당한 세무조사 간섭을 배제할 수 있다. 반대로 과세관청으로선 부실한 세무조사를 했다는 누명을 벗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녹음기를 틀어보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법 부당한 세무조사를 한 세무공무원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이는 성실한 세무공무원을 옥죄자는 게 아니라 보호하자는 데 있다. 상부의 부당한 세무조사 확대(또는 축소) 지시를 거절할 수 있는 도구를 주자는 것이다. 그들은 자칫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세법의 절차를 준수하는 세무조사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세법도 고쳐야 한다. 탈세가 무엇인지 정의를 하고 있지 않다. 이러니 탈세상품을 기획한 자를 처벌이나 할 수 있겠는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관청의 눈과 귀를 적극적으로 가리거나 막아서 탈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방해를 한 세무조력인에 대한 처벌규정도 없다(신고과정에 적용하는 성실신고방해 행위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세무조사 과정에서 '성공보수' 운운하는 낯 뜨거운 용어가 등장하고 절세를 가장한 탈세상품이 길에 넘쳐나는 것이다. 이런 꼴을 보자면 월급받을 때 꼼짝없이 세금을 원천징수당하는 근로소득자들이 정부나 과세관청에 분노를 느낄 만하다.

서울 강남 유흥음식점 탈세는 탈세자와 세무조력인들의 먹이사슬 관계,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탈세자뿐만 아니라 세법의 탈세에 관한 규정을 보완하고 이에 연관된 세무조력인들의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하게 세금을 낸 자와의 세금부담 형평성을 맞추고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음란한 성문화와 마약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덤으로 온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가난한 사람은 돈밖에 없는 사람이다'는 미국 석유왕 록펠러의 말이 크게 들리는 요즘이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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