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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림비(Limbi), 님비(Nim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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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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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정치부장] "(희귀) 안과 질환을 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할 때도 선글라스를 끼곤 한다."

잠시 귀를 의심했다. '선글라스 전방 시찰' 후폭풍에 휘말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에 잠시 당황했다. 진위를 파악할 순 없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어느 대목에선가 임 실장의 '자기 정치'가 화두로 떠올랐다.
'왕실 정치'라는 쓴소리를 들은 바로 그 사건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임 실장은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MZ)를 찾았다. 선글라스를 낀 채 바로 옆에 국가정보원장과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대동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임 실장의 화살머리고지 방문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모양새가 썩 좋지 않았다.

여기서 합리적 의문점 하나. 임 실장이 녹내장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면, 그래서 선글라스가 꼭 필요했다면 평소 착용하던 '그것'을 걸쳤어야 하지 않을까.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선 이 선글라스가 공군 충성마트(PX)에서 파는 2만원대 제품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임 실장의 선글라스 탓에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아예 "국민은 또 한 명의 차지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실장의 처신 논란으로 확전된 것이다. 당시 선글라스를 착용한 임 실장은 언뜻 일행의 인솔자처럼 보였다. 단순히 선글라스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폼을 잡은 게 아니라, (질환을 앓는 눈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선글라스를 준비하지 못해 PX에서 급하게 마련했다"는 해명이라도 나오면 좋으련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진위는 조만간 열릴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장 자격으로 증인석에 나와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하면 된다. 이 자리에서 "자기 정치" "무한 질주"라는 비판을 받을지, 오해를 불식할지는 오로지 임 실장의 입에 달려 있다.

자기 정치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이른다. 한국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29일 임 실장을 면담한 사실도 그냥 흘려보내기 어렵다. 이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정의용 패싱'에 나선 미 국무부가 청와대의 권력 지형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을 찾은 아랍에미리트(UAE)의 2인자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도 임 실장을 만났다. 청와대 권력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자기 정치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사석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전방 DMZ에서 근무했기에 잘 안다. 나뭇가지와 수풀이 우거져 굳이 선글라스를 낄 필요가 없다. 이게 자기 정치가 아니면 무엇인가."

임 실장이 누구인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그는 전대협 동우회로 묶인 청와대 참모진의 중심이다. 그런 임 실장이 자신의 근무지인 청와대를 벗어나 밖으로 돌수록 그를 둘러싼 대망론은 확산된다. 권력의 속성이다. 비서실장의 덕목은 그림자와 같은 은밀함에 있다.

마치 권력의 본능에 충실한 듯한 최근 행보는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예전 타락한 보수정권에서 지켜봤던 그 장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일까.

뇌 과학자들은 '림비'라 불리는 우리 뇌 속 대뇌변연계를 종종 거론한다. 외부 자극에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감성적인 뇌다.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구분돼 막연하고 본능적인 감정을 작동하는 게 림비다. '님비'라는 단어도 있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정작 자신이 속한 지역(집단)에 이롭지 않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 땅에 진보정권이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 좌우의 날개를 완전히 펴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 정부를 둘러싼 배경에서 림비와 님비가 종종 목격되는 건 어찌해야 할까.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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