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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9년이 지났건만…유가족들 "냉동실 속 아들 얼굴 아직도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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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단(88) 할머니가 5.18 묘역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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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광주(전남)=전진영 수습기자] "(시신이) 냉동실에 있으니까 얼마나 추울거야. 옷을 갖고 가 입혔는데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얼굴이 망가져서…. 내 아들 인지도 몰라봤어. 그 얼굴이 생생해서 몇년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살았지…. 세살짜리 어린것(손자) 키우느라 겨우 살았어."


18일 국립 5.18 민주묘역에 만난 임금단(88)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아 아들 김경철씨의 묘비를 안고 오열했다. 임씨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눈물을 흘렸다. 광주 항쟁으로부터 39년이 지났지만 이날 찾은 광주 5.18 묘역에선 바로 어제 일처럼 가족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을 곳곳에서 볼수 있었다.

5.18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 투옥됐다는 김양래 광주인권평화재단 이사는 묘역을 둘러본 후 "이곳에 묻힌 대다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입을 뗐다.


그는 전재수군 묘역 앞에서 서서 "공수여단이 총을 쏴서 도망가다가 고무신이 벗겨졌는데, 엄마가 이틀전에 사준 생일선물이라고 그거 주우러 가다가 총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면서 "어린나이에 사진을 찍은 게 없어 영정사진도 무궁화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묘역 앞에 서선 "부상자들에게 헌혈하러 병원에 갔던 여고생이었는데, 헌혈 끝나고 집에 가다가 바로 공수 여단에 총을 맞아서 자기가 헌혈했던 그 병원에 실려가 결국 사망했다"고 회상했다.


시민들도 곳곳에서 탄식을 금치 못했다. A모씨(22)는 "군부의 총을 맞고 사망한 아내 묘비에 남편이 '여보, 당신은 천사였소' 라고 새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희생자들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을 보며 나도 내 가까이 있는 가족들,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고 남의 일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계류중인 진상규명특별법의 통과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묘역을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붙잡고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진상규명특별법 처리에 힘을 써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50대 남성 김모씨는 "법에 의해 진상규명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광주항쟁이) 주장일 뿐이지 확정된 게 없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당이 저렇게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봐선 처리할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개탄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묘역 앞 분향소를 찾았다 시민들이 저지해 돌아가야 했다.


광주주재 인권단체에서 일한다는 미국 인권변호사인 윌슨 멜보드스테드(29)는 "이렇게 해마다 5.18을 기억해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면서 "5.18이 일어났다는 100%의 증거가 있는데도 나쁘게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인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전진영 수습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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