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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일단" 연쇄살인 김태현, '일곱 글자' 속 뻔뻔함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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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죄송합니다' 연일 반성하는 듯한 태도
사과 앞에 '일단' 전제 달아
"눈 뜨고 숨쉬는 것도 죄책감"
경찰관에 "팔 놔달라" 한 뒤 무릎 꿇고 사과
마스크 벗어달란 요구에 망설임 없이 마스크 내려
전문가 "'이유가 어쨌든 사과한다' 등 사과나 반성의 태도 안보여"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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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죄송합니다. 일단. "


이른바 '노원구 세 모녀' 연쇄살해범 김태현(25)이 지난 5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짤막한 말이다. 모두 일곱 글자다.

현재 김태현은 지속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9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도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며 아예 무릎을 꿇었다.


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뻔뻔하게 눈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면서 "저로 인해 피해입은 모든 분께 사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느냐' 등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태현의 이 같은 말과 행동은 모두 진심일까. 전문가는 김태현은 일단 현재 상황을 수습하려는 취지로 사과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현의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려는 단어가 하나 등장한다.


5일 김 씨는 취재진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일단"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일단'은 일상생활에서 보통 어떤 상황을 얼버무릴 때 쓰이는 말이다.


이렇다 보니 김태현이 말로는 죄송하다며 반성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상황이라 일단 죄송하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전문가는 김태현의 발언 맥락을 보면 반성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김태현은 전혀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죄송합니다. 일단'이라고 말한 것은 '이유가 어쨌든 사과한다' 이런 말과 같다"면서 "'당신들이 내가 이런 행위를 하게 된 그런 심정을 알 수 있나'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 김태현은 '일단 죄송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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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팔을 좀 놔주시겠어요?"


지난 5일에 이어 9일 김태현이 취재진 앞에서 보인 태도다. 그는 무릎을 꿇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던 경찰에게 이 같은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역시 전문가는 사과나 반성의 태도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날(9일) YTN과 인터뷰에서 김태현이 보인 태도를 보고 "아, 이건 좀 심하다"며 "이건 진정한 사과나 사죄의 태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김태현이 미리 준비된 원고를 차분하게 읽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이건 아마 진정한 사과나 사죄의 태도는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포토라인에서 김태현이 여유롭게 취재진을 본 것과 관련해선 "사례가 희귀하다"면서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가지고는 도저히 분석이 안 되는 특이한 패턴의 범죄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통상의 범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행위에 대한 반성,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걱정 때문에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 대체적으로는 고개를 수그리거나 말을 잘 잇지 못하는 태도들을 보인다"며 "김태현 같은 경우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임으로써 시민들을 공분에 싸이게 하는 아주 나쁜 범죄자"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언론에 당당하게 보이려고 하는 이상한 반응까지 보인 것을 봤을 때 기존의 연쇄살인 범죄자라든지, 심각한 범죄자들의 유형으로 봤을 때는 설명이 안 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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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 꿇고 "죄송하다" 김태현, 어떤 범죄 저질렀나


김태현은 연일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범행 과정을 보면 치밀하고 잔혹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피해자 중 큰딸인 A씨와 함께 있던 단체 대화방에서 A씨가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해 자존심이 상했고 이 때문에 범행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김태현은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김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30분께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집으로 침입했다. 이어 집에 있던 작은 딸인 B(24) 씨를 살해하고 오후에 귀가한 엄마 C(59) 씨를 살해했다. 이어 귀가한 A 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목 부위에 치명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졌다.


범행을 마친 김태현은 시신 옆에서 엽기적 행각을 보이기 시작한다. 범죄를 저지른 뒤 사흘 동안 현장에 머물렀으며 그 과정에서 술을 먹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휴대전화 초기화를 시도하는 등 완전범죄를 시도했다. 그러다 목과 팔목, 배 등에 칼로 수차례 자해를 한 상태로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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