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민당, 유럽사회당 과반 못 미쳐
극우 포퓰리스트·녹색당 약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중도 좌·우파 정치그룹들이 유럽을 주도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반(反)난민·반 유럽연합(EU)을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유럽의회에서 대약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좌파 성향의 녹색당도 의석수를 대거 늘려 유럽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전체 751석 중 180석을 얻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는 현재 의석수 221석보다 41석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어 중도 좌파 성향의 유럽사회당(S&D)이 152석을 확보, 제2당을 유지하게 됐다. 이들 역시 제2당 지위는 유지하게 됐지만 현재 의석수 191석보다 의석수가 39석이나 감소할 전망이다. 유럽국민당과 유럽사회당의 의석수를 합해도 전체 의석의 과반인 376석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극우·포퓰리스트 성향의 정치세력 3개 그룹은 총 172석을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보수개혁(ECR), 자유와 직접민주주의(EFDD), 유럽민족자유(ENF) 등이 그 주인공이다. 유럽보수개혁 61석, 자유와 직접민주주의 54석, 유럽민족자유가 57석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3개 극우 정치그룹이 차지한 의석 수는 전체 의석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것으로, 역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기도 하다.
극우 성향의 정치그룹에는 최근 유럽에서 인기를 끈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 영국 브렉시트당, 독일의 난민 정책에 맞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극우 정치그룹으로 꼽힌다.
그동안 극우 정당들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임하면서 3개 그룹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이탈세력 없이 유럽의회에서 단일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유럽국민당에 이어 제2당으로 올라서게 된다. 유럽사회당의 예상의석수 152석보다 20석이나 많다. 결국 유럽국민당과 유럽사회당이 주도세력으로 남으려면 자유민주동맹이나 녹색당 등과 손을 잡아야 한다. 만프레드 베버 유럽국민당 대표는 "유럽에서 중도 정당들이 쪼그라들고 있다"며 여러 정당들이 광범위한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유권자들이 EU 내에서의 독점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때마침 이번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선전했다.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커진 것을 반영한 결과다. 녹색당 그룹은 현재 의석수(50석)보다 17석 많은 67석을 얻을 전망이다.
유럽에서 '중도 퇴진, 극우·녹색당 약진' 흐름이 나타난 것은 결국 EU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분담금과 난민 정책 등 EU의 주요 정책들이 일방적이며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EU 회원국이 되면서 책임과 의무는 늘어났지만, 개별 국가의 주권과 정체성은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2015년부터 본격화한 난민 사태도 극우 세력에 힘이 실린 이유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망명을 신청한 공식 난민 수만 126만7000명에 달했다.
기존 정치인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EU 내 주요 그룹의 리더를 선출하는 자리로, 유럽의회 패러다임이 바뀌면 EU 전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어리석은 포퓰리스트들"이라며 "하나된 유럽이라는 EU의 주된 목표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유럽의회 선거의 유권자는 4억2700만명, 투표율은 50%를 넘어서며 최근 2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자우메 두크 유럽의회 대변인은 "잠정 투표율이 51%에 육박한다"며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고 밝혔다. 영국을 합산할 경우 최종 투표율은 52%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는 또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가 열린 후 매우 의미있는 투표율 상승"이라고 평가했다. 첫 선거 당시 61.8%였던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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