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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리뷰]'기생충'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봉준호의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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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기생충' 리뷰

[칸(프랑스)=이이슬 연예기자]

[칸영화제 리뷰]'기생충'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봉준호의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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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가장 봉준호다운 영화가 탄생했다. 칸에서 베일을 벗은 '기생충'은 시대적 모순을 기발한 상상과 재미를 품은 걸작의 탄생을 예고했다.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기생충'이 공식 상영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기생충'은 두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같이 잘 살고 싶었던 백수 가족의 엉뚱한 희망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극의 전개는 현실과 인생의 특성이기도 한 희비극적 정서를 충격과 공감으로 전해주며 봉준호만의 가족 희비극을 완성했다.


온 가족이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은 요금을 못내 가족 전원의 핸드폰이 끊길 정도로 살기 막막하다. 하지만 가족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가족의 고정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과외 선생 면접을 통과해야만 하는 기택네 장남(최우식 분)과 막내 딸(박소담 분)의 포부는 평범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엉뚱함과 절박함이 느껴져 웃음을 자아낸다.


봉준호 표 블랙코미디는 일품이다. 시대적 모순이 기발한 상상력이 빚은 웃지 못할 상황과 만나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봉테일' 봉준호의 디테일한 연출과 만나 관객의 허를 찌른다.


'기생충'은 마치 봉준호 감독 인장이 찍힌 것처럼 촘촘히 짜여 있다. 무엇보다 롱테이크 장면이 많아 연극적으로 다가온다. 긴 호흡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극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를 즐기는 가장 큰 재미로 봉준호 표 롱테이크 장면들을 꼽겠다. 이번에도 홍경표 촬영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호흡은 빛난다.


음악도 압권이다. '기생충'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기괴한 분위기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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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연기는 단연 일품.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은 완성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두 사람의 말처럼, 정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과 배우다. 봉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을 잘 이해하고 더욱 정교한 연기로 화답한 송강호이다.


특히 송강호는 노련한 연기력으로 '기생충'의 중심을 잡았다. 쉽지 않은 봉준호 표 가족 희비극을 종반까지 긴 호흡으로 잘 이끌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진화이자 배우 송강호의 완성이다.


재밌는 건,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이 겹쳐진다는 것. 심지어 일부 장면은 대사와 상황까지 비슷해 남다른 재미를 안긴다. 하지만 봉 감독이 셀프 오마주가 연상된다는 반응에 의도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한바. 이는 관객의 해석에 달렸는데, 마치 입에서 음미할 수록 달콤해지는 홍차처럼 긴 여운을 안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 수직 구조로 굴러가는 계급사회, 또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 등이 영화와 겹쳐지며 가슴을 씁쓸하게 한다. 빈곤층은 물로, 상류층은 햇빛으로 대비되는데 이 역시 좋은 장치이자 극을 지탱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봉준호 감독은 '봉준호 월드'를 완성했다. '어벤져스'가 지난 10년을 집대성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완성한 것처럼 봉준호 역시 '기생충'으로 마치 '봉준호 엔드게임'을 완성한 듯하다.


이렇게 그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봉준호 특유의 유니크함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의 것이 되었다. 자신의 트레이트마크를 변형, 발전시켰고 '기생충'을 통해 진화한 세계를 펼쳐 보였다.


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와 함께해 더 빛난 '기생충'이다. 이처럼 봉준호의 세계는 더 우아해지고, 기발하며, 주제는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한편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131분. 15세 관람가.


칸(프랑스)=이이슬 연예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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