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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덮치는 넷플릭스] '방송=공공' 인식부터 바꿔야

최종수정 2019.04.26 12:50 기사입력 2019.04.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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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넷플릭스가 없나
망 사용료 안내는 해외사업자… 국내업체, 어른 아이 싸우는 격
양질 콘텐츠 제작 시스템 미비…천만 영화 신화 어디까지 기댈까
흡연·문신 검열하는 현실… 어둡지만 세련된 작품 찾는 독자 외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국내 업체들만 망사용료를 낸다. 통신요금은 낮아져도 망사용료는 매년 올라가고 있어 부담이 크다."(박태훈 왓챠 대표) "K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투자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 "제작자 스스로 자기검열, 자기심의에 몰입하게 되고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이 불가능한 인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김종훈 SK브로드밴드 모바일트라이브장)


'찻잔 속의 태풍'일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류 드라마 등 'K컬쳐'라는 세계적인 자산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넷플릭스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문화 종속'의 기로에 놓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아시아경제가 만난 방송통신,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책', '투자', '인식' 3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보다는 진흥, 투자 확대, 방송=공영이라는 인식의 변화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역차별 해소 못하면 '넷플릭스 종속' 우려

넷플릭스처럼 인터넷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내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 대부분은 한푼도 내지 않는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해당 국가 통신사에만 망 사용료를 내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발신자 망 지불원칙(발신측에서 통신 요금 부담)을 갖고 있어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이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면서 "국내 OTT 업체가 내야 하는 돈을 해외 사업자들은 내지 않는데 경쟁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대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내 OTT 업계에 대한 진흥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콘텐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영화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영상자료원의 지적재산권(IP) 활용 아카이브의 OTT 확대 등이 그것이다. 조현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최근 상황을 보면 우리 콘텐츠의 글로벌 플랫폼 종속이 우려돼 산업 전반의 기초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영화처럼 각 콘텐츠별로 아카이브를 구축해 IP를 활용, 파생상품을 만드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산업 전체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류 덮치는 넷플릭스] '방송=공공' 인식부터 바꿔야


10년간 IPTV 콘텐츠 투자 겨우 100억원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위원은 "10년전 IPTV 등장할때 통신 3사는 시설투자에 1조원을 쓰는데 콘텐츠에 1000억원도 안 쓰겠냐고 했지만 10년간 실제 쓴돈은 100억원 수준"이라며 "지금까지 방송은 부차적인 분야로 치부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OTT 서비스 역시 비슷하다.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OTT를 서비스하다 보니 자체 콘텐츠 제작 보다는 동일한 방송 콘텐츠를 모바일로 서비스하는데 치중해온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만 120여편을 제작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총 8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규모로는 상대가 안되지만 넷플릭스도 약점은 있다.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했지만 현지화 콘텐츠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종원 SK브로드밴드 모바일트라이브장(상무)은 "넷플릭스의 가장 큰 맹점은 국가별 현지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하고 옥수수를 지상파 3사가 서비스하는 푹TV와 합치면 플랫폼 규모에서 어느정도 완성이 이뤄진 만큼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금까지의 경쟁 양상이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데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KT가 최근 할리우드 미개봉 영화를 IPTV에서 공개하는 등 콘텐츠 차별화에 나선 것도 이런 양상을 반영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방송=공공성' 인식 버려야

SK브로드밴드가 옥수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용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는 무료, 버라이어티에 강하고 콘텐츠 성향은 밝지만 가볍고 촌스럽다는 응답이 많았다. 넷플릭스의 경우 좀비, 수사물에 강하고 콘텐츠 성향은 어둡지만 진지하고 세련됐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인식이다. 김종원 상무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만든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 좀더 자유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다고 했는데 크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며 "영화는 많이 달라졌지만 방송은 여전히 공공성을 우선하고 있어 제작자 스스로 자기검열하고 심의 기관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을 문제삼는 경우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같은 '흉기'인 총은 그대로 방송에 등장하지만 칼은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또한 극장에서는 제약이 없는 흡연과 문신 장면도 IPTV나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될 경우에는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심의 규정에 담배, 문신을 규제하는 조항은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줘선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제작자 입장에서는 사전 검열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구시대적인 '방송=공공성'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좋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국내 OTT 업체들도 자생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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