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내 방산기업의 주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감이 완화에 이어 연이은 방산비리 수사가 이어지면서 방위산업 주식은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
지난해 9월초 미사일이나 레이더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사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역대 최고가인 183.08 달러을 기록했다. 록히드마틴(302.35 달러)도 8.60%, 보잉(236.31 달러)은 20.75% 뛰었다. 지난해 7월 북한이 구성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시험 발사에 이어 자강도 무평리 일대서도 '화성-14형'을 재차 발사하면서 혜택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여기에 미국과 북한의 설전도 한 몫했다. 북한이 '미국 불바다' 발언을 내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는 8월 8일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방산주는 상황이 달랐다. 같은 기간 한국항공우주(KAI)와 한화테크윈은 각각 19.13%, 15.13% 하락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방산비리 수사가 진행중이었고 한화테크윈은 K9 자주포 사고로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3개 대형 방산업체의 주가 하락이 남북간의 긴장 완화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몇해동안 방산비리 수사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리베이트만 없애도 국방예산 20%를 줄일 수 있다"며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에 치중했다. 최저가입찰제를 도입한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며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를 정권 차원의 치적으로 삼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위사업청이 출범한 지 12년이 된 지금 방위사업 부실과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방위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5년 7월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두산은 지난해 5월 한화디펜스(옛 두산DST)를 각각 한화에 팔았다.
방산업계에서는 주가하락과 신뢰회복을 위해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위사업청에 거는 기대는 더 크다. 하지만 신임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내정되자 반신반의하는 모습은 역력하다. 감사원 출신이 방사청장에 기용된 것은 처음으로 재정ㆍ금융 분야 감사 전문가로 통하지만 국방ㆍ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업무 경험이 거의 없어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국산 무기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방산 비리 척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이번 방사청장 인사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오히려 방산기업 옥죄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산기업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에 이어 방사청장까지 감사원 출신이 차지한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방위산업에 대한 감사 기능만 강화되면 군 전력 유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