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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삼성의 변화, 그리고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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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구시대의 유산인 수직적 사내 문화를 바꾸기 위해 7단계에 달하는 직급 체계를 4단계로 줄이고 호칭도 '○○님', '○○프로' 등으로 호칭도 바꾸기로 했다. 업무시간에 반바지 차림도 허용했다.

80~90년대 '삼성맨' 하면 떠오던 이미지는 넥타이에 정장차림이었지만 2016년 삼성맨의 모습은 반바지에 꽃무늬 셔츠가 더 어울린다. 그릇이 바뀌면 담고 싶은 음식도 바뀌게 마련인 만큼 이런 삼성전자의 변화는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제 막 발을 뗐을 뿐이다. 태생부터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대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갈길이 멀다. 28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단순히 직급체계와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사내 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수평적 호칭을 도입하고 직급 체계를 간소화 했지만 결국 실패하거나 유명무실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 포츈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손꼽히는 구글의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구글은 처음 창업했을때 직급제를 두지 않기로 창업주들이 결심했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직급제와 비슷한 관리체계를 갖게 됐다. 책임에 대한 소재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구글만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시도는 실패했다.

결국 관리체계는 도입했지만 구글 직원들은 누가 무슨 직급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궁금해 하지도, 알필요도 없다.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가 서로 중요할 뿐이다. 명함에 찍혀 있는 직급은 매니저, 시니어매니저, 매니지먼트(경영진)만 있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가장 다른 점은 임원, 경영진들의 역할이다.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팀장급 임원들의 업무 성과를 위해 팀원들이 일하는 구조가 아니다. 팀장들은 자신의 팀원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

구글에선 아이디어를 낸 직원이 직접 경영진들에게 소개하고 향후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회사에선 팀원이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팀장이 의사결정한 뒤 경영진에게 보고를 한다. 어느 쪽이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한지는 명약관화하다.

상사가 지시해 억지 야근을 하는 쪽과 스스로 필요하기 때문에 야근을 자처하는 두 사람의 경쟁력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 밖에 없다. 단순히 회의 시간을 줄이고 신입사원에게도 발언을 허락하는 것 정도는 윗분들의 발상일 수 밖에 없다.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고 오랜 경험을 토대로 관리자들이 그들을 돕는 것이 사내 문화 혁신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것이다.

결국 변해야 하는 것은 어른이다. '요새 신입사원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있다면 스스로 경계하자. 윗물이 깨끗해야 아랫물이 깨끗한 만큼 경영진과 팀장급 임원들이 가장 먼저 혁신하기를 기대해본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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