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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최저임금, 머리·손발 따로 노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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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된 후 오히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적용되는 시간당 5580원보다 450원(8.1%) 인상된 6030원을 내년부터 적용키로 했는데 노ㆍ사간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에선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경총 등 사용자 단체에선 "너무 많이 올랐다"고 울상이다. 그런데 사실 이는 겉으로만 드러난 모습일 뿐인 것 같다. 노동계는 어느해보다 높은 인상률에 "그나마 현실 가능한 목표를 달성했다"며 내심 돌아서서 웃고 있다. 사용자 단체들도 올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내수가 산다고 압박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공개적으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제에는 과제가 적지 않다. 사회복지ㆍ안전망의 하나로 노동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허술한 곳이 많다.

엄연히 법에 규정돼 있고 처벌까지 가능하지만 어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최저임금제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220여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 공식 집계다. 지난해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의 12.1%에 달한다. 저임금계층을 줄이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며 나아가 사회적 분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본연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 부문인 공공행정에서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가 13만명(12.9%)나 된다. 처벌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저임금 사업장 보조금 지급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산정시 수당ㆍ상여금ㆍ숙식비 등을 제외하고 있는 것에 따른 논란도 시급히 정리되어야 할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는 기본급만 포함될 뿐 상여금ㆍ수당ㆍ숙식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ㆍ사용자 단체 등에서는 인건비인 만큼 모두 포함시켜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논란 거리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등 일부 정치권에선 이같은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 침해 및 국내 3D업종 등에 외국인 인력 공급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같은 최저임금제를 둘러 싼 논란에는 근본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라는 시각차가 대표적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내놓은 연구결과는 이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1980년부터 30여년간 전세계 159개국의 경제를 분석해봤더니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1%p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0.08% 줄어들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p 늘어나면 5년간 경제성장률이 0.38% 증가했다. 경제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 중의 하나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법 하다.

그러면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최경환 부총리의 '임금 대폭 인상' 발언과 이후 최저임금제의 '찔끔 인상'은, 마치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고 있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회ㆍ경제적 시행착오와 갈등을 줄이기 위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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