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조선소를 현장 취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올 때마다 늘 떠오르는 생각은, 조선소가 너무 비좁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총 면적이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462만8000㎡(약 140만평)임에도 불구하고 건조되고 있는 선박들의 덩치가 워낙 커서 그런 것이겠습니다.
햇볕은 따뜻했지만 그늘진 드릴십 내부는 외부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칼바람에 뼛속까지 시릴 만큼 추웠습니다. 안전 때문에 히터도 켜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터운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와 마스크, 작업조끼를 걸치며, 보호 장갑까지 끼어야 하는 바람에 활동도 불편한 열악한 작업 조건이었지만, 직원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내 일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열정과 반드시 해낸다는 사명감이 전제됐기에 가능한 풍경입니다.
늘 이 분들이 일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바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 분들이 들려주고 싶어하는 주제는 '생존'입니다. 새 주인을 맞기 위해 지난 수년간 큰 공을 기울여왔지만 지지부진하고, 더군다나 최근에는 후임 사장 인선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자칫, 직원들은 정말 잘 해왔고 잘 해나갈 자신이 있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회사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 동력이 추진력을 잃는 건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채권단의 입장에선 장점과 단점, 위기와 기회 등 수 많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요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회사를 위한다면, 재무재표와 경영 보고서 등만 보지 말고, 조선소 현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고 있는, 일만 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보시고, 적어도 그들을 배려하는 최선의 결정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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