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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감정의 대리만족...나 대신 표현 좀;;

최종수정 2019.07.20 09:00 기사입력 2019.07.20 09:00
디지털로 소통하고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감정 표현도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매체를 선호합니다. TV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진=GettyImagesbank]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화됐습니다. 이렇게 메신저로 대화할 때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은 이모티콘이 대신해 줍니다.


적절한 이모티콘을 날린 이후에는 아주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그 보다 더 나은 표현은 없을 정도로 마음에 쏙드는 이모티콘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모티콘처럼 내 감정을 대신해서 표현해주는 사람이나 상품·서비스를 '감정대리인'이라고 합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그의 책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명명한 감정대리인은 감정을 대리만족하는 개념입니다. 예를들어 TV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보면서 웃고, 적절한 순간에 한 마디 던지는 패널들의 말에 통쾌함을 느낀다면 대리만족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서 소개팅하는 남녀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아이를 기르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부모를 보면서 대리 체험하고 있는 것 같이 느끼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대리만족의 개념은 더욱 확장되고 전문적으로 발전해 감정대리인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낸 것이지요.


대리만족은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트렌드코리아 2019>는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등 내가 속할 수 없는 세계의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 사람이나 팀이 우승하거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줄 때 같이 기뻐하는 것도 대리만족이라고 판단합니다.


요즘은 대리만족에 머물지 않고 내가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감정대변인', 복잡한 감정을 대신 전하고 내가 미처 설명할 수 없던 어떤 현상들을 꺼내면서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감정대행인', 본인의 상황에 맞는 감정을 큐레이션해서 맞춰주는 '감정관리인'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로 소통하고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감정 표현도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매체를 선호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모티콘입니다. 현재 한 달에 약 20억개의 이모티콘이 발송되고 있는데 이모티콘의 시장 규모만 3000억원 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모티콘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문자를 기반으로 한 메신저의 단점이 감정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없다는 단점을 한 방에 해결해 준 것이 이모티콘입니다. 온라인에서 감정대리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모티콘은 오프라인에서도 소통의 도구가 됐습니다.


스위스의 의류 스타트업인 아이콘스피크는 2016년 다양한 이모티콘을 넣은 티셔츠를 만들었는데 티셔츠에는 버스, 택시, 호텔 등 다양한 이모티콘이 표시돼 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은 나라에서 손가락으로 이모티콘을 가리키는 것만으로 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감정대리인은 이른바 '가성비'의 개념이 감정까지 확대되면서 대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원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만큼 희생해야 할 비용도 큽니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드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스스로 경험해서 원하는 감정을 느끼려 하기보다 남이 경험한 이후 만든 콘텐츠들을 손쉽게 소비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앞서 소개한 TV 프로그램 말고도 동영상 공유사이트의 '퇴사방송', '명품하울' 등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퇴사방송은 마음 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직장인의 감정을 대신 풀어주고, 명품하울은 명품을 사기 힘든 사람들을 대신해 여러 명품을 사서 품평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보는 사람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콘텐츠입니다. 그외 전화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주문 배달서비스, 대신 욕해주고 화내주는 페이지 등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영국의 한 번역회사는 '이모티콘 번역가'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라와 다른 문화, 연령, 세대별로 이모티콘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이모티콘 번역가의 업무라고 합니다. 또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진 사람을 위한 '감정 큐레이션'도 등장했는데 감정을 분석해 그에 맞는 해결법을 제시해주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요즘은 오히려 감정과잉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지나치리 만큼 솔직하거나, 참을 수 없이 가볍기만 한 감정표현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 자신의 감정이 아닌데도 무의식적으로 익숙하거나 무난한 이모티콘을 보내 감정을 감추거나 여럿 속에 함께 묻혀 가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직접 전달하려는 노력입니다. 속깊게 나눠야 할 대화를 손가락질 몇번으로 가볍게 해결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직접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소중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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