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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37개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gram)의 앞뒤 이야기. 사진이 보여주는 것들과 사진 찍히는 거의 모든 것들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세계적 동네사진관 주인 김도형
"사진기자는 회사를 그만둬도 먹고 살 걱정 없겠다. 기술이 있으니까..."라는 소리를 초년시절부터 수백 번은 들어왔다. 사진 찍는 것을 하나의 기술로 알고, 사진관을 차리는 일은 기술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쉽게 말하던 시절이 오랫동안 ...
2025.06.16 13:31
사진과 사진가의 이름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베트남전 사진 '전쟁의 공포(The terror of war)'는 1973년 월드프레스포토(WPP) '올해의 사진'에 선정되었고, AP 사진기자 닉 우트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리고 50년이 넘은 지금 이 사진은 촬영자가 누구인가 하는 논쟁에 휘말렸다. ...
2025.06.11 12:00
사진이 찍힌 '그곳'의 의미
사진을 한다는 이유로 가끔 사진에 대해 난감한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이 사진 직접 찍었느냐"와 "이 사진 어떻게 찍었느냐"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 찍었는가 하는 질문은 무시하면 되고, 어떻게 찍었느냐는 질문은 무엇을 묻는지 알기 어렵다. 기법을 묻는 ...
2025.05.07 12:10
기분의 역할, 소리의 감정
기분(氣分)이란 단어는 일본식이라고 했다. 언론인 이병철 선생은 기분은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인 상태를 말하는 양분법적 명사로서, 사람의 기분을 그것들 외에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 천년의 상상)고 썼다. 그러나 ...
2025.04.09 12:01
폐허 속 불빛 아래 함께 먹는 저녁
해는 막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지만, 땅에는 낮의 빛이 아직 고여 있는 시간, 폐허 사이로 난 길가에 줄지어 매달린 작은 전등에 불이 켜져 있다. 어스름 녘 자그마한 불빛들은 낮과 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시간의 독보적 존재다. 하루 수천 장도 넘게 통신선을 ...
2025.03.12 12:01
사진의 두 가지 시간
소중한 사람과 단둘이 찍은 사진 한 장 남기는 일이 대단한 의미를 지니던 시절이 있었다. 삶의 중요한 순간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는 그때가 삶의 중요한 순간이 되기도 했다. 어렵게 찍은 사진을 뽑아 나누고 남기는 일은 각별한 의식(儀式)이었고, ...
2025.02.12 12:01
높은 자리가 권력인 이유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들어갔던 날, 대통령실이 관저 일대를 불법으로 촬영한 방송사들과 유튜버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 방송사는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
2025.01.08 12:01
'사진을 읽어주겠다'고 했던 AI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과 그것이 하는 일이 대단해 보이기(지금부터 10년쯤) 전, 컴퓨터가 ‘사진을 읽어(narrate)준다’는 웹사이트가 있었다. 기계는 보이는 것을 과연 어떻게 말로 설명해낼지 궁금했다. 제주도 여행길에 찍은 유채와 소나무가 있는 풍경 사 ...
2024.11.27 12:02
고양이를 닮은 사진 천재
놀랍도록 사진을 정확하게 찍는 아이에게 '넌 사진에 소질이 있으니 계속 사진을 찍어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고민에 빠졌다. 여고생 영수(가명)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사진교실에 참가한 한국 학생 중 한 명이었고 나는 사진을 ...
2024.10.30 12:01
다른 모든 날들과 아주 비슷한 하루
빔 밴더스 감독 영화 ‘퍼펙트 데이즈’(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가 없다. 그조차 이 영화에서는 별 의미 없다)의 주인공 시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한다. 일하는 날은 매일 신사 앞 벤치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
2024.09.25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