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사람]국가가 생활비를 준다면…①사표 던져?

국가가 당신에게 매월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내준다면, 당신은 직장에 사표를 던지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의 선택은?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국가가 당신의 생활비를 매월 지급해준다면, 당신은 직장생활을 계속하실 건가요? 다시 말하면, 당신이 일하지 않아도 정부가 세금으로 매월 당신의 통장을 채워줍니다. 물론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먹고 살 만큼은 됩니다. 당신의 선택은?

이런 개념을 '기본소득'이라고 합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 있든, 없든, 노동을 하든, 하지 않든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핫한 정책입니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한 사회의 가치의 총합은 구성원들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됩니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은 투기 소득에 대한 중과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인상, 토지세, 다국적 기업 공조 과세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는 소득 불균형, 내수 침체, 일자리 감소 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과 재원 마련은 여전히 미지수이며, 기존 복지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반대론자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도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정부가 매달 성인에게 2500프랑(약 300만원),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625프랑(약 78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2016년 6월 찬반 투표가 실시, 76.9%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1일(현지시간)부터 2년 동안 일자리가 없어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약 70만6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 지급 대상은 무작위로 선정됐으며 기본소득 수급자는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2년 내에 일자리를 얻어도 기본소득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이 빈곤 감소, 고용 효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검토한 뒤 성과가 나타나면, 적용 대상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제도의 효율성이 우수할 경우 기본소득제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내년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스트들의 먹잇감으로는 최고입니다. 그 전에 기본소득에 대해 먼저 알아둔다면, 투표권을 가진 국민은 구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영혼 없는 가짜뉴스인지, 노력을 담보한 울림 있는 외침인지.

미국에서의 최저생계비는 한달에 1000달러(약 116만원) 또는 1년에 1만2000달러(약 1400만원)를 의미합니다. 지급된 돈에서 세금이 징수되진 않으며, 받은 돈으로 아무거나 원하는 걸 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을 나눠주면, 사람들은 그 돈을 유흥비로 써버리고 일은 안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3년에 세계은행이 이와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과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극히 일부만이 일을 그만둘뿐 나머지는 계속 직장에 다녔고, 유흥비로 생활비를 낭비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가난한 사람보다 부유한 사람일수록 술과 마약 소비를 많이 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캐나다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시범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시행 결과, 기본소득 수령자의 약 1%만 일을 중단했는데 그 이유도 대부분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 정도 일하는 시간을 줄였는데, 그렇게 생긴 여가시간은 학업이나 좀더 좋은 직장을 알아보는데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의 복지국가에서 복지정책의 수혜를 입고 사는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국가가 생활비를 준다면…②평등사회 될까?] 편에서 그 이유를 짚어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