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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중국판 '열정페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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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2일 31개 성의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을 발표했다. 주민 가처분소득은 주민의 최종 소비지출과 저축의 총합을 말하며, 현금소득과 실물 소득을 포함한다. 1위는 상하이로 7만8027위안(약 1422만원)에 달했으며, 수도 베이징이 7만5002위안으로 뒤를 이었다. 19개 성이 3만위안을 넘어섰고, 7개 성은 4만위안도 웃돌았다.


관련 소식은 2월이 된 지금까지도 중국 주요 포털과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월 소득 1만위안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내용의 글이 한 커뮤니티에서 작성되며, 관심에 불을 지폈다. 이 주제에는 해시태그(#)가 달리며 각자가 자신의 소득과 생활 등에 대해 토로하는 하나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퍼졌다.

[베이징 다이어리] 중국판 '열정페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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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빠듯한 월급으로 대도시에서 일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환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이주노동자(농민공)들은 이러한 가처분소득 통계가 동떨어진 남의 일 같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또 "물가 상승을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에서는 가처분소득이 8만위안에 육박해도 집 한 채 살 여유가 없다", "나는 월수입이 2000도 되지 않는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주제가 오랜 기간 화제를 모으자, ‘전문가’를 자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일종의 2차전(?)이 시작됐다. AVIC펀드의 부총경리 겸 최고투자책임자 덩하이칭은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터무니없는 월급을 원하며, 직업적 자질이나 능력 수준은 매우 떨어진다. 중국의 많은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하는 일(의 수준)은, 태국이나 베트남에서는 절반의 가격에 맡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청년층을 공개 저격한 것이다. 덩하이칭은 이어 "그렇게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전문적인 자질이나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동밍주 거리그룹 회장, 야오닝 3HFIT 회장 등 중국 내에서 잘 알려진 기업가들도 "청년들이 돈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면서 돈을 적게 벌거나 벌지 못하더라도,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면 그 경험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 적은 월급으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대해 각계의 젊은 노동자들이 분노한 한국의 ‘열정페이’ 논란이 지금 중국에 번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공식적인 목표치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를 경제 반등의 원년으로 여기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궤도를 만들고 싶다면, 결혼이나 취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적은 돈으로 그저 누워 지내기를 선택한 젊은 탕핑족(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신조어)들을 일으켜 세울 방법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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