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회에서 유사시 '대통령 암살'을 거론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작 그와 불화를 겪고 있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30일 주요 외신 및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취재진에게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과 관련 "왜 거기에 시간을 낭비하느냐"라며 "국민 삶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 틀에서 보면 세라 부통령은 중요하지 않다"며 "탄핵 소추를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로 한 조를 이뤄 당선되면서 양대 가문 간 정치적 동맹을 구축했으나, 이내 다시 불화를 빚기 시작했다. 특히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겨냥한 암살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암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과 가족 등을 살해하라고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이를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하겠다고 밝혔고, 당국은 수사에 나섰다.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29일 출두하라고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두테르테 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필리핀 야권 진보정당연합인 마카바얀 등은 최근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을 하고 있다. 마카바얀 측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반대 입장 표명에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비판하며 "두테르테 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필리핀 여권은 탄핵보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예산 유용 등과 관련된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며, 하원도 부통령의 기밀 자금 유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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