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조유진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인 20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영국은 곧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뒤 다섯 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했고 뒤를 이은 테리사 메이와 보리스 존슨은 3년씩만 집권했다. 트러스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트러스의 후임 총리로는 트러스와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트러스의 전임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이 거론된다. 차기 총리는 이르면 24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 "브리탤리 된 英" 비아냥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영국(Britain)’과 ‘이탈리아(Italy)’를 합친 ‘브리탤리(Britaly)’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영국이 정치 불안정이 극심해 정부 교체가 잦은 이탈리아와 닮아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도 2016년 이후 다섯 번째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 불안정, 국채 가격 급락, 저성장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영국이 이탈리아와 닮아간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한 사실과 관련해 유로존 위기 때 이탈리아 국채처럼 영국 국채가 채권 시장의 노리개가 됐다고 지적했다. 2009~2019년 주요 7개국(G7) 생산성 증가율을 비교하면 이탈리아가 다른 G7 국가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이며 그다음이 영국이라고 꼬집었다.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 속에 지난 7월 이후 영국 경제 수장인 재무장관에 오른 인물만 네 명이나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정치 불안의 원인이 돼 잦은 정부 교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러스 고금리 시대 첫 희생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정치인들의 입지가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상기시켜준다고 진단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지출을 늘리고 부채를 쌓았지만 저물가ㆍ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그동안 늘린 부채가 부메랑이 돼 정치·경제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영국이 그 대표적 사례라며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전 80%에서 현재 100%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 공급망 혼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으로 최근 잇따른 선거에서는 집권당이 패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년, 호주에서는 9년, 스웨덴에서는 8년 만에 선거를 통해 잇달아 정권이 교체됐고 다음달 8일 중간선거를 치르는 미국 민주당 정권도 패배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WSJ는 트러스의 후임이 누가 되든 재정 보수주의(Fiscal Conservatism)가 향후 몇 년간 영국을 지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임 총리에 수낵·존슨 하마평…이르면 24일 결정
후임 인선은 이르면 24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보수당이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끝내기 위해 차기 총리 후보의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가 마련한 경선 규정에 따르면 24일 마감되는 후보 등록 요건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이다. 현재 보수당 의원이 357명인 것을 고려하면 후보는 최대 3명까지 나올 수 있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전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트러스 총리에 대한 사임 압박을 몰고 온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신임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후보지명은 예비경선, 당원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2명으로 줄이고, 늦어도 28일까지 차기 총리(당 대표 겸직)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등록 요건을 갖춘 후보가 1명일 경우에는 나머지 절차 없이 24일에 해당 후보를 당선자로 선출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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