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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가격 2년만 최고치…코코아는 왜 무역전쟁의 중심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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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코코아 생산량 70% 점유 코트디부아르-가나 연합
"농장 노동자 임금 보호" t당 400달러씩 고정 프리미엄
美 허시등 초콜릿메이커, 현물 대신 웃돈 없는 선물시장서 매입
허시 "다양한 공급처 통해 조달할 것"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코코아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뉴욕시장을 무역 싸움터로 만들었다." (블룸버그통신)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지난달 미국 뉴욕 선물시장에서 이례적인 폭등 양상을 보였다. 코코아 최대 생산국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코코아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이자 북미 최대 초콜릿회사인 허시초콜릿이 이에 대응해 실물시장에서 매입하던 코코아를 선물시장에서 사들인 결과다. 생산국과 수요자의 갈등으로 가격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선물시장에서 지난달 24일에 12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가격은 t당 3054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인도분이 거래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최고치다. 내년 3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가격도 지난달 2일 2264달러에서 24일엔 23% 오른 2785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의 주간 상승률은 19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매년 11월 코코아 선물가격이 한 자릿수에서 오르내림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추이는 분명 이례적이다.

선물가격 2년만 최고치…코코아는 왜 무역전쟁의 중심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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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선물가격 강세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지난해 7월 프리미엄을 붙여 가격을 매기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 됐다. 농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2020~2021년 거래되는 코코아 가격에 t당 400달러씩 고정 가격 프리미엄을 붙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 마하무두 바우미아 가나 부통령은 OPEC처럼 코코아 생산국을 모아 '코펙(Copec)'을 결성해 코코아 농장의 가난 문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발표한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실제 적용되면서 초콜릿회사들과 코코아 생산국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초콜릿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수수료를 고려해 코코아를 생산 현지에서 현물로 매입해왔다. 그런데 가격 프리미엄을 붙여 팔기 시작하자 트레이더와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프리미엄이 없는 선물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코코아 최대 구입처인 허시초콜릿이 선물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급 측과의 갈등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허시가 최근 선물시장에서 코코아를 대량으로 매입했다고 전했다. 허시는 매입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다양한 공급처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생활비 격차를 포함한 코코아 농장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 계획을 세워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면서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웃돈 붙이기 방침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이를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상품 트레이드업체 석던에서 코코아 거래를 담당했던 데릭 체임버스는 블룸버그에 "허시의 결정은 똑똑하고 지극히 합법적인 것"이라면서 "다른 미국 초콜릿업체보다 경쟁적 우위를 점할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코아 생산국의 조치가 다소 무리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수요자인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줄어든 점을 감안할 때 원료를 공급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는 1000억달러 규모의 초콜릿업계가 코코아 농장의 생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프리미엄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코트디부아르 규제 당국인 카페카카오위원회의 이브 코네 국장은 지난달 18일 세계코코아협회에 서한을 보내 "최대 초콜릿 제조업체 중 한 곳이 코코아 농장의 생계를 위한 프리미엄에 반대해 코코아를 거래소에서 사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런 행위는 최저가격이라는 개념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코코아 농장의 최저임금을 부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국가는 또 코코아 수출 시 해당 코코아가 아동노동 착취나 산림 파괴 등을 통해 길러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일종의 '지속 가능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트레이더들이 시장에서 이를 평가하는 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두 국가도 어려움을 피하기 어렵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아직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팔지 못한 코코아가 많이 남아 있어 이를 쌓아둘수록 이 정책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J게인스컨설팅의 주디 게인스 사장은 "그들(양국)은 이걸 이용하려 할 것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요가 줄어 그들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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