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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옴진리교 가스테러 28주기 추도…'종교2세' 피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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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시설에서 외부 정보와 차단
사회 복귀에도 어려움 겪어

일본에서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28주기를 맞아 추도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살사건 이후 사이비 종교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과거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당시 옴진리교 교단시설에서 발견된 아이들인 일명 '종교2세'들이 성인이 됐지만, 사회 부적응으로 인한 피해와 자살사건 등이 보도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도쿄메트로 가스미가세키역에 마련된 옴 진리교 사린 가스 테러 헌화대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사진출처=일본 공안조사청)

도쿄메트로 가스미가세키역에 마련된 옴 진리교 사린 가스 테러 헌화대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사진출처=일본 공안조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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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에 따르면 20일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28주기를 맞아 당시 사린가스가 살포됐던 도쿄 메트로의 가스미가세키역에서는 역무원들이 사건이 벌어졌던 오전 8시에 맞춰 일제히 희생자를 향해 묵념하는 추도식을 가졌다. 도쿄 메트로는 희생자가 발생한 모든 역사에 헌화대를 설치하는 등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

1995년 3월20일, 당시 교주의 지시를 받은 옴진리교 간부들은 출근 시간 지하철에 맹독성 사린가스를 살포했다. 14명이 사망하고 60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후속 보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건으로 일본 사회문제로 떠오른 ‘종교 2세’ 문제를 고려, 사린가스 테러 이후 옴진리교에 있던 아이들의 문제를 다뤘다. 종교 2세는 부모가 종교에 과도하게 빠져 방임, 학대 등의 피해를 본 아동을 일컫는 말이다.


마이니치는 사건 이후 교단 시설에서 나와 아동 상담소에 보호조치 됐던 아동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당시 경찰은 교단의 본거지였던 야마나시현의 시설을 일제히 수색해 110여 명의 어린이를 전국의 아동상담소에 맡겼다. 마이니치는 당시 가장 많은 인원을 보호했던 야마나시현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기록에 따르면 아이들은 시설에서 모든 정보와 차단된 채 생활했기 때문에 사린가스 테러가 일어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본인들이 독가스 공격을 받고 있다고 믿고 밖에 나오지 않은 채 실내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53명을 보호하고 있었던 야마나시현 아동 상담소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빈혈 또는 영양실조로 진단받은 아이는 보호 아동 중 25명(47.2%)이었다. 키가 또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는 47명(88.7%)으로 대부분에 해당했다. 상담소에서는 굶주려 식욕은 왕성했지만, 젓가락을 사용할 줄 모르는 아이도 있었으며 교단에서 학교에 보내지 않아 일반 상식이 결여돼있었다고 기록을 작성했다.


이후 이어진 심리검사에서도 교단의 폐해가 드러났다. 그림을 그리는 심리검사에서 온 가족의 그림을 그린 아이는 10%가 채 되지 않았으며, 사춘기 아동의 경우 아무도 가족 구성원을 그리지 않은 것이다. 이는 교주 이시하라 쇼코가 부모와 자식 관계를 초월한 믿음을 강요해 가족이 분리돼 생활했기 때문이라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보호 중 부모가 아이를 찾아와도 부모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면회를 꺼리는 아이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3월 20일 옴 진리교에 의한 사린가스 테러로 병원 복도에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서 있다.(사진출처=일본 공안조사청)

1995년 3월 20일 옴 진리교에 의한 사린가스 테러로 병원 복도에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서 있다.(사진출처=일본 공안조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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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교단에서 형성된 믿음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이니치와 지난 1월 인터뷰했던 옴진리교 종교 2세 사키(가명)씨는 이후 학교에서는 사이비라고 따돌림당해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을 받아주는 곳은 옴 진리교 밖에 없다고 생각해 다시 교단으로 복귀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탈교 후에도 종교에 익숙해져 버려 사회에 복귀하지 못했고, 다시 끌려갈 것을 두려워한 다른 옴 진리교 종교 2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고 사키씨는 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말부터 종교 2세를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전국에 통보했다. 현재 종교 2세 피해 대책 변호인단을 맡은 키토 마사키씨는 “정부가 종교단체를 조사하고, 교리의 정도가 심한 경우 해당 단체명을 공표하는 등의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종교로 인한 아동 학대를 줄일 수 없다”며 “연애 금지, 혼인 자유 제한 등 헌법에 어긋나는 교리를 학대로 규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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