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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행가의 밥] 교토의 벚꽃과 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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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교토는 봄이 되면 사람 물결에 휩쓸려 다녀야 할 정도로 복잡해진다. 피었나 싶으면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벚꽃이 교토란 고풍스러운 곳에서 꽃대궐을 이루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정말 여성적이군. 늘어진 가느다란 가지하며 꽃도 아주 부드럽고 풍만하고…. 꽃이라고 하면 이곳의 붉은 벚꽃이 단연 최고이지’라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표현만큼이나 교토에는 벚꽃 명소가 수두룩하다. 핑크 벚꽃이 돌 정원 속에서 꽃망울을 터트린 료안지도, 에둘러 말하지 말고 딱 한 곳만 벚꽃 명소를 알려달라고 물으면 교토 사람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마루야마공원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좋아했다는 헤이안진구도 그렇다. 벚꽃이 도시 전체를 하얗게 물들인 어느 봄날 나는 다시 교토를 찾았다.


곳곳에 만개한 벚꽃으로 봄을 맞는 교토.

곳곳에 만개한 벚꽃으로 봄을 맞는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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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면 기모노를 차려 입고 봄맞이 다도회를 여는 교토 귀부인들. 교토다운 풍경이다.

벚꽃이 피면 기모노를 차려 입고 봄맞이 다도회를 여는 교토 귀부인들. 교토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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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올해도 이렇게 교토의 봄을 맞이하는구나 '철학의 길'

교토의 긴카쿠지(은각사) 근처에는 데츠카쿠노미치(哲?の道)라는 엄청난 산책길이 놓여 있다. 데츠카쿠노미치는 우리말로 철학의 길이란 뜻인데, 난젠지라는 사찰 근처에서 시작하여 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길은 수로를 따라 소란스럽지 않게 놓여 있다. 구불구불한 수로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 가로수길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기념품 숍과 카페가 자리해 산책의 고단함을 풀어낼 수 있다. 길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교토대학교의 교수이자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1870~1945년)가 이곳에서 산책을 즐겼기에 철학의 길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철학의 길이 가장 고매하게 빛날 때는 사탕과자처럼 만개한 벚꽃이 피는 봄이다. 어떤 꽃이든 보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가슴에 스며드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철학의 길에 풍성하게 핀 벚꽃은 무수한 사람들 물결 속에서도 꽃구경의 행복을 전해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들어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다. 다만 벚꽃 시즌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니 한 학파를 형성했을 만큼 고매한 인격과 높은 교양을 지닌 철학자일지라도 우수를 느끼며 산책하기가 힘들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교토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를 사색을 만끽할 수 있는 이 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교토에 갔다면 꼭 걸어볼 일이다.


차를 타고 즐기는 꽃나들이가 아닌, 걸어야 제대로 봄맛을 느낄 수 있는 철학의 길.

차를 타고 즐기는 꽃나들이가 아닌, 걸어야 제대로 봄맛을 느낄 수 있는 철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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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밤에도 꽃놀이객을 유혹하는 벚꽃 신사, '히라노진자'

대부분의 여행자의 교토 여행이 시작되는 교토 역. 늘 사람들로 붐비는데 벚꽃철이 되면 교토 역 앞에서 “나, 돌아갈래!”를 외치고 싶어질 정도다. 만약 교토 역에서 느린 버스를 타고 달팽이 모드로 가야 한데도 나에게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봄 벚꽃 명소가 있다. 귀가 따갑도록 들은 ‘봄 밤 벚꽃의 명소 히라노진자(平野神社)’다. 부적이나 에마 등 신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벚꽃 문양일 정도로 벚꽃과 인연이 깊다. 헤이안시대 중기 수천 그루의 벚꽃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하며 98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축제는 히라노 벚꽃 축제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진다.


50여 종류, 400여 그루의 벚꽃은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시간을 달리하여 피는데 신사를 꽃대궐로 만든다. 이 중에는 꽃 색깔이 옛 귀족들의 연둣빛 옷을 닮았다 하여 귀족옷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초록 벚꽃이나 팝콘 같은 핑크 벚꽃 등 진귀한 벚꽃도 많다. 이런 교토의 명물 벚꽃을 보러 낮이건, 밤이건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래서 벚꽃이 피면 야밤에도 붉은 천을 깐 들마루가 신사 곳곳에 놓이고 사람들은 벚꽃 아래 들마루에 앉아 가벼운 음식을 먹으며 요란하게 봄을 맞는다.


교토의 밤 벚꽃놀이 명소로 꼽히는 히라노진자. 벚꽃신사라 불린다.

교토의 밤 벚꽃놀이 명소로 꼽히는 히라노진자. 벚꽃신사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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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진자에는 짙은 붉은빛의 아기 겹벚꽃이나 연둣빛의 벚꽃 등 진귀한 벚꽃이 핀다.

히라노진자에는 짙은 붉은빛의 아기 겹벚꽃이나 연둣빛의 벚꽃 등 진귀한 벚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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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찻잔에 잠기다, '벚꽃신사의 벚꽃 차'

벚꽃신사라 불리는 히라노진자에 벚꽃이 활짝 펴 파란 하늘을 가릴 즈음이 되면 소금에 절인 핑크 벚꽃에 따끈한 물을 부어주는 벚꽃차가 등장한다. 사쿠라유라 부르는 이 차는 한 잔에 100엔, 우리 돈으로 천 원 남짓한 돈을 주면 마실 수 있다. 소금에 절인 벚꽃 잎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뿐이니 그 맛이 대단하지는 않으나, 온통 벚꽃 천지인 들마루 위에서 마시는 벚꽃차는 여행자의 근심을 잠시 잊게 하는 봄의 해우소이다.


봄 꽃나들이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벚꽃차.

봄 꽃나들이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벚꽃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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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 절인 벚꽃. 벚꽃차는 봄에만 반짝 맛볼 수 있는 시절음식이다.

소금에 절인 벚꽃. 벚꽃차는 봄에만 반짝 맛볼 수 있는 시절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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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Tip

화과자의 고향이라 불리는 교토에는 계절색이 듬뿍 담긴 화과자가게가 많다. 화과자의 모양이나 재료만 봐도 단박에 계절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인데, 봄이 되면 벚꽃으로 만든 화과자가 시즌 한정판으로 반짝 얼굴을 드러낸다. 대개 사쿠라모치(벚꽃떡)라 부르는 핑크색의 은은하게 단 찹쌀떡은 소금물에 절인 벚나무 잎에 싸여 있다. 먹을 줄 모르는 이방인은 벚나무 잎을 떼어내고 찹쌀떡만 먹어 교토 친구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니…. 교토 토박이들은 달달한 찹쌀떡과 짭조름한 절임 벚나무 잎을 함께 씹어 먹으며 봄맛을 만끽한다.


봄이 되면 교토의 많은 화과자 장인들은 화과자에 봄을 그려낸다.

봄이 되면 교토의 많은 화과자 장인들은 화과자에 봄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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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mation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http://www.welcometojapan.or.kr

철학의길 京都市左京?銀閣寺町2(긴카쿠지)

히라노진자 京都市北?平野宮本町1番地, 075-461-4450

*교토에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오사카의 간사이국제공항까지 간 다음 리무진버스나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


글=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http://blog.naver.com/travelfoodie), 사진=조경자,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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