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원금 손실없는 부동산 로또…'생숙' 폭탄 돌리기 우려도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비주택상품 투자 광풍
원금 손실 없는 투기 게임 양상 "초피 먹고 빠지면 돼"
당첨 후 취소해도 불이익 없어…"투자 심리 과열" 우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당첨되면 당장 몇천만원 벌수 있는데 청약 안하면 바보죠. 떨어졌다고 손해볼 일도 없고…."


주부 B씨(49)는 올해 들어서만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에 200번 넘게 청약했다. 단 한번도 당첨의 행운을 누린 적은 없지만 여전히 매일 주요 건설사의 분양 정보를 챙기고 일정에 맞춰 청약을 하는 것이 그의 중요한 일과다.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비주택상품의 ‘청약 전쟁’이 벌어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꼽힌다. 청약·대출·전매의 벽이 높은 아파트와 달리 규제 문턱이 거의 없다 보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주식보다 낫네… 원금손실 없는 로또게임= 가장 청약 열기가 뜨거운 생숙만 해도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돼 법적으로는 ‘주택’이 아니다. 집으로 잡히지 않아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다주택자여도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금 10%만 내면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함진영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주택 세대주·부양가족 수·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주택 분양시장의 허들은 굉장히 높은 데 반해, 생숙 등의 경우는 규제가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 수요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굉장히 풍부하다는 점도 투자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주택 상품은 무엇보다도 청약에 따른 불이익이 전혀 없다. ‘초피(당첨 직후 형성되는 웃돈)’를 노리고 청약한 후 예상대로 웃돈이 형성되지 않으면 당첨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청약 신청금이 있지만, 당첨·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100% 환불된다. 원금 손실 걱정이 전혀 없는 ‘로또’인 셈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청약에 나섰던 C씨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 ‘마피(마이너스 피·분양권을 손해 보고 파는 경우)’가 뜰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분위기를 보고 계약을 안 하면 되는 일이라 별 걱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 청약 신청금은 200만원이다. 1인 기준 최대 5건의 청약이 가능한데, 최대 1000만원으로 수천만 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원금 손실없는 부동산 로또…'생숙' 폭탄 돌리기 우려도 원본보기 아이콘


◇지식산업센터도 북적= 과거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렸던 지식산업센터(지산) 역시 투자자들로 북적거린다. 소규모 공장이나 사무실을 짓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주로 입주하는 다층 건물이다. 주로 사업자를 세입자로 받으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목표다. 주택 수 산정은 물론, 보유세나 양도세 등 각종 과세에서도 제외된다. 분양받으면 부가가치세 환급까지 받을 수 있다. 산업단지에서 분양받은 지식산업센터가 아니라면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고 대출도 최대 80%까지 가능하다.


최근 경기 고양의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D씨는 "분양가가 3억원으로 저렴한 데다 계약금 10%만 내면 된다는 조건에 분양을 받았다"며 "초피가 1500만원 정도 붙었지만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대출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 팔지 않고 더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신설·변경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36건으로 집계됐다. 198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예상 건축 면적만 142만8689㎡에 달한다.


◇"생숙·지산 수익률 과대포장" 우려도= 투자 접근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주택 상품은 아파트보다 훨씬 까다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생숙의 경우 일부 시행사나 중개업소는 "실거주나 임대가 가능하다"고 광고하지만, 주거 목적 이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올 초 정부는 생숙에 대해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이다"고 못을 박았다. 이미 주택 용도로 쓰이는 시설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함진영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숙의 경우 실거주가 어려워 숙박시설로 운영을 해야 한다"며 "비주택상품은 기본적으로 차익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상품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도 낮고 거래량도 떨어진다"며 "만약 매각을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접근성 등 선호도가 높은 곳을 잘 골라야 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시장에서 경기 위축 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비주택상품시장"이라면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생숙·지산의 경우 수익률을 강조해서 홍보하지만 보장된 확정 수익률은 없다"며 "대체로 수익률이 과장된 경우가 많고,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이 나올 수 있는지 철저하게 따져보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