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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쟁탈전]실상은 '록스타 구인난'…교육 기회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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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 일반 기술자와 100배 차이
IT업계 채용 초점 ‘록스타’에 맞춰져
“정부·대학·기업, 육성 협력해야”

[IT개발자 쟁탈전]실상은 '록스타 구인난'…교육 기회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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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 원칙]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한 명의 인재가 월등히 높은 성과를 내 수십 명의 역할을 해내는 것을 말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저서 ‘규칙 없음’에서 넷플릭스 인사평가 등에 ‘록스타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에듀테크 업체 A대표는 경력직 AI 개발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수의 전문가들은 높은 대우를 보장하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향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연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A대표는 "거듭된 채용 실패에 시간이 지나면서 숙련도가 높은 경력직 채용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대표는 신입 개발자를 채용해 전문가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구인 전략을 바꿨다. 소수의 박사급 시니어 연구진이 신입 개발자들의 교육을 맡았다. 시니어 연구진은 논의된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구현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회사의 지원 하에 그들은 신입 개발자의 멘토가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A대표는 "시니어 연구진에게 교육을 받은 신입 개발자들의 학습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면서 "시니어 연구진은 일종의 인플루언서(influencer) 역할로 실제 현장에서 이들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이들이 (록스타 원칙의) 실제 사례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IT업계를 휩쓸고 있는 개발자 쟁탈전의 이면엔 ‘록스타 원칙’이 있다. 록스타 원칙은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인재 관리에 적용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개념이다. IT기업들이 절실히 찾고 있는 이들은 일반 개발자 수십, 수백 명의 역할을 하는 ‘고급 인재’다. 전문가들은 "록스타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 인프라 등이 미흡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발자 쟁탈전 진짜 초점은 록스타…"100배 이상 가치"

IT기업들이 대규모 개발자 채용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실제 이들이 원하는 인력은 ‘록스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6년차 IT스타트업 대표는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의 우수 개발자"라며 "채용 공고를 올리면 지원은 많이 들어오지만 대부분이 저숙련자들"이라고 밝혔다. IT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 담당자는 "(IT업계는) 원래부터 고급 개발자들을 원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연봉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고 데려오기도 만만찮아 지난해부터는 ‘신입이라도 데려와 키우자’는 식으로 추세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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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는 특히 지식기반 산업에서 진가를 나타낸다. 록스타 원칙이라는 것도 결국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컴퓨터 개발 붐이 일던 1960년대에 진행됐던 실험이 배경이다. 연구진은 견습 프로그래머 9명에게 코딩 등의 작업을 2시간 안에 해결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1등과 꼴찌 사이의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험 결과 코딩에서 20배, 디버깅(오류 수정)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나 속도 차이가 났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저서 ‘규칙 없음’에서 "베스트 프로그래머는 보통 수준의 능력을 갖춘 프로그래머 100배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의 인재 등용 등에서 록스타 원칙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가 이사를 역임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자도 "위대한 SW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1만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교육 인프라 등은 문제

전문가들도 특정 산업 내 록스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의 획기적 성과에 의해 조직 전체의 성패가 좌우되는 지식기반 산업에서 록스타의 퍼포먼스 차이는 엄청나다"면서 "특히 SW아키텍쳐(시스템 구조의 집합) 분야에서 정상급 설계자의 생산성은 일반 기술자의 1000배가 넘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에 없던 비정형화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업종에서 록스타 원칙이 심화된다"면서 "록스타와 일을 해보면 그 가치를 뼈저리게 느껴 기업들도 고급 개발자를 찾는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이다. 특히 AI·가상현실(VR) 등 급부상하는 분야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올해 AI 등 첨단 분야에서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개발자수는 1만명 규모고 내년에는 1만5000명 규모에 이른다.


김 교수는 "AI 전문가 구인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글로벌 단위의 전쟁이고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도 참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범한 개발자들은 이미 시장에 적지 않다. IT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블랙홀’ 채용의 초점은 그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록스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키워내기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IT기업들이 늘며 고급 개발자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지만 대학 정원 등 사회적 인프라가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배출하는 석·박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면서 "더 큰 인력난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정원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다양한 전공의 융합이 가능하도록 IT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록스타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만드는 신(新)격차를 초격차로 발전시키는 게 우리 산업이 쫓아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정부는 예산·규제, 대학 등 교육기관이 실행, 기업은 인프라를 받쳐주는 삼자구도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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