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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에 말려드는 SEC…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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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급등하기 시작한 리플…아직 투자자들 기억엔 '리또속'
SEC는 하위테스트에 해당한다고 봤지만…논리가 빈약
하지만 남아있는 메시지 "왜 가상통화의 가치는 거래소에서 오는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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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리플만큼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가상통화는 없을 것이다. 2017년 12월 초만 해도 200원대였던 리플은 국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408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추락도 가팔랐다.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가상통화 규제를 시사하자 리플은 37.26%의 하락폭을 나타내며 1000원대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꾸준히 떨어져 2018~2019년엔 300원대를 유지했다. 오죽하면 ‘리또속’(리플에 또 속다)이란 말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들어 리플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달 초 400원대였던 리플은 급상승해 17일 오후 2시49분 기준 206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가장 큰 하락의 이유였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에서 리플이 이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만 41.15% 떨어지며 모두를 속였던 리플이 어떻게 다시 살아났을까. 그리고 리플은 SEC가 던진 질문을 넘어서서 반등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위테스트에 부합하는 리플…SEC의 목표는 대부분의 알트코인?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간) SEC는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기소했다. 리플이 증권이지만 SEC에서 정식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본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하위테스트를 살펴봐야 한다. 하위테스트란 어떤 거래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평가 절차로 4가지 기준에 해당하면 투자, 즉 증권으로 간주한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돈을 투자했는가 ▲투자하면서 수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가 ▲다수가 투자한 돈이 공동 기업에 속해 있는가 ▲수익은 자기 자신의 노력 대가가 아닌 돈을 모으는 자, 혹은 제3자의 노력의 결과에서 비롯되는가 등이다.


리플은 이 4가지 기준에 충족한다는 게 SEC의 판단이다. 리플은 현재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리는 리플을 사면서 현금을 지불하고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리플은 중앙에서 발행된다는 점이 SEC의 눈엔 하위테스트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리플은 송금을 목적으로 탄생했기에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송금할 때 수수료로 리플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수수료가 저렴하고 속도도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리플은 채굴 방식으로 탄생하지 않으며 리플랩스에서 발행과 관리를 전적으로 담당한다. 즉, 리플랩스라는 중앙에서 리플 발행을 책임지며 이에 투자 가치를 담았다는 게 SEC의 해석이다.


또한 리플이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장기 투자를 시사했다는 것도 기소한 이유다. SEC가 리플에 제기한 기소장에 따르면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대표는 리플을 장기 투자를 이유로 보유 중이라고 선전했다. 또한 SEC는 리플랩스가 리플을 판매해 최소 13억8000만달러(약 1조5414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소장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SEC엔 다른 의도도 있다. 리플을 잡으면 다른 알트코인들도 규제할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알트코인들은 리플처럼 중앙에서 발행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SEC는 리플뿐만 아니라 다른 알트코인도 규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플랩스 측 “리플은 투자가 아닌 결제에 쓰인다”

하지만 소송은 리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SEC의 논리가 정면으로 반박되거나 스스로 만든 논리를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먼저 리플이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리플엔 더 큰 기능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결제다. 리플은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결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사람들도 투자가 아닌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목적을 두고 리플을 매입하고 있다는 게 리플랩스 측 주장이다. 하위테스트의 두 번째 기준인 투자하면서 수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리플의 가치는 결제 등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 거래소에서 생기기 때문에 내재적 가치를 지닌 증권과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과거 SEC가 내렸던 판단들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9년 SEC는 비트코인이 탈중앙화 돼 있다는 이유로 증권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란 바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발행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없다. 아울러 SEC는 비탈릭 부테린이 개발하고 이더리움재단이 관리하는 이더리움도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처음엔 가상통화 공개(ICO) 절차를 거쳤지만 이후 탈중앙화된 구조를 갖췄으며 재단이 이더리움에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리플이 중점적으로 파고드는 부분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란 선례다. 지난 7일 뉴욕남부지방법원은 SEC에 리플랩스가 요청한 비트코인·이더리움 판단 관련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리플랩스는 소송 초기부터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리플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SEC 측에 해명을 촉구해왔다. 최근 리플랩스 측은 한술 더 떠 SEC가 리플의 해외 파트너사들에게 사업 관계를 끊으라는 협박을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다.

SEC의 질문에 담긴 메시지…가상통화의 가치는 왜 거래소에서 창출되는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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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의 논리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왜 가상통화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거래돼야만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왜 가상통화의 가치는 거래소를 통해서 창출되는지 말이다.


리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상통화들은 거래소를 거쳐 거래되고 있다. 가격도 거래소에서 산정된다. 당연하지만 가상통화의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면 가격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상통화 발행사들은 거래소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어떠한 제한도 없이 얻어가고 있다. 앞서 리플랩스가 말한 것처럼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탄생한 존재가 아닌 데 말이다. 리플랩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발행사들은 발행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고 그로 인한 투자 수익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더리움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최소 33만개의 이더리움을 보유한 비탈릭 부테린의 자산은 5억달러에 육박한다.


이렇게 발행사가 취하는 이득이 불로소득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블록을 채굴하면 인센티브로 가상통화가 주어지는데 그 가치를 발행사가 보증하는 것이 아닌 외부 거래소에서 조달한다”며 “발행사가 직접 인센티브로 현금을 지급하는 등 가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데 비해 가상통화를 발행하면서 얻는 이익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굴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얻어낸 가상통화가 거래소에서 갑자기 폭락한 가격에 거래되어도 발행사엔 어떠한 책임도 없다.


블록체인과 가상통화가 반드시 함께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함께할 필요가 없다”며 “프라이빗 형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통해 보안 강화를 시도하면서 가상통화를 따로 발행하지 않는 호주 증권거래소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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