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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⑩·끝]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 '공선운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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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지난 9월부터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했습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했습니다. 이제 열 번째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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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2013년부터 은퇴 체육인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직업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중장비·기계, 전기전자, 이·미용, 바리스타, 요리사, 제빵, 전산세무회계, 물류관리사, 어학(외국어), OA(사무자동화), 사무실무 등 취업을 위한 직업능력 향상 교육 등으로 1인당 60만원까지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가 40세 미만 은퇴선수 17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은퇴선수 취업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35.4%는 은퇴 후에도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한 경우에도 절반 이상인 59.9%가 비정규직이었고, 월수입 200만원 미만도 38%에 달했다.

대한체육회는 이처럼 이른 나이에 은퇴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운동선수들의 취업 개선을 위해 지난해 한국폴리텍대학과 '은퇴 체육인들의 일자리 연계 직업교육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과연 현실은 나아질 것인가. 이 현실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들 가운데 극소수만이 국가대표가 되고, 국가대표 중 극소수만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 메달을 딴 선수들 중에서도 국민들이 오랫동안 기억하는 극소수만이 비교적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는다. 유소년 때부터 국가대표와 올림픽 메달을 바라보고 운동을 했지만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한 거의 대다수의 체육인이 은퇴해 제빵 기술을 국가 예산으로 배우면 갑자기 경쟁력 있는 제빵사가 될 수 있을까. 은퇴 후, 갑자기 영어를 배우면 은퇴 체육인들이 사회·경제 구성원이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체육은 막다른 외길이 아니라 수많은 갈림길 중 선택하는 길이 돼야 한다. 기본적인 교육의 중요 과목으로 모든 유소년이 체육을 통해 스포츠맨십과 올바른 인성을 배우고, 각자 소질 있고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선택하는 진로가 돼야 한다.

자연스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한 어느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화학공학을 전공하면서 학교 수영 대표팀에서 활약한다면, 이 학생 선수는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정부가 제공하는 제빵기술이나 기타 직업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생계를 위해 운동을 했던 선배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거나 체육계 인맥을 쌓고 유지하기 위해 혹시라도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체육계 부조리를 묵인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미국펜싱협회와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이 주최한 '미국 국제펜싱연맹전' 경기 모습/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 미국펜싱협회와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이 주최한 '미국 국제펜싱연맹전' 경기 모습/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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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은 교육' 본질 잊지 말아야
공부와 운동 병행하는 학생선수 중심 생활체육 체계화
대한민국 미래 위한 과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다가 진로가 보장될 만큼 뛰어난 운동 실력이 검증되면 운동 선수로서의 진로를 택하는 것이 맞다. 공부는 멀리하고 운동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체육인이 더 이상 생기면 안 된다. '체육은 교육'이라는 확고한 인식 아래 정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각종 종목 단체들 모두 미국 대학의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 체육교육 프로그램을 한국 실정에 맞게 공교육과 대학에 적용하고, 자연스레 지역의 스포츠 클럽이 중심이 되는 생활체육을 통해 국가대표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들처럼 한국의 최상위 명문 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들이 엘리트 운동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선수들로 학교 운동부를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자. 학생들은 엘리트 운동부로 유명한 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어렸을 때부터 학교와 지역의 스포츠 클럽에서 열심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단련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 등록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에 나가 승점을 쌓아 국가대표도 되고, 성적에 맞는 대학에 진학해 체육학과가 아닌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 국제 경기에도 출전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나 창업을 하거나 전문직 개업도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생활체육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이런 학생들은 운동 장비를 비싸게 독점으로 강압 판매한다거나, 운동 선수들의 전지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를 횡령한다거나, 엘리트 체육대학 운동부에 진학하기 위해 교수에게 뇌물을 준다거나 하는 등의 부조리에 관심 조차 가질 필요가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어린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건강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인성교육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체육이다. 체육은 올림픽 메달보다 더 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인 것이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보다 '교육체육부'여야 하고, 이제부터라도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 체육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③] '챔피언 마인드' 심는다…美명문대 체육의 비밀(하)

[정규영의 공선운학④] 체육 덕분에…美명문대 입학·백악관 초청·금융사 취업 이룬 어느 학생 이야기

[정규영의 공선운학⑤] 공부 잘하는 선수·화가·연주가 나오려면…"학생 선발권, 대학이 가져야"

[정규영의 공선운학⑥] 스포츠클럽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시장에 맡겨야

[정규영의 공선운학⑦]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 단체의 바람직한 역할(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⑧]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 단체의 바람직한 역할(하)

[정규영의 공선운학⑨] 국가대표 선수촌 운영, 정부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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