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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⑨] 국가대표 선수촌 운영, 정부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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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제언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합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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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이 교육의 중요한 과목으로 인정받아 대학 입시에 반영되고 지역 스포츠클럽들이 활성화돼 학생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진정한 생활체육이 뿌리 내린다면 이에 걸맞은 국가대표 선수촌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까.


그동안 우리 국가대표 선수촌은 극소수 엘리트 선수들을 위해서만 존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생활체육이 아닌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기 위한 훈련소였다. 물론 엘리트 체육과 올림픽 메달을 위해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흘린 땀과 희생을 절대로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국제 위상과 경쟁력 향상에 엘리트 체육을 통한 올림픽 메달이 얼마나 주효했는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체육이 올림픽 메달을 위해 존재하기 보다는 국어, 영어, 수학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잡고, 국가대표 선수촌도 생활체육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올해 국가대표 선수촌 운영 예산이 1200여억원이다. 정부가 국가대표들을 국가대표 선수촌이라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장소로 불러 들여서 한해 12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 자체가 우리나라에 생활체육이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앞서 여러 차례 체육이 중요한 교육 과목으로 인정 받고 공부하는 학생선수들을 중심으로 생활체육의 저변이 확대돼 지역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되는 것이 대한민국 체육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부하라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지역에 영어 학원을 만들지 않듯, 체육이 교육으로 인정받아 학교에 자리 잡으면 시장 경제 법칙에 따라 자연스레 스포츠 클럽들이 육성될 수 있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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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촌 운영+생활체육 예산 배정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수학 경시대회 대표 모아 공부시키지 않듯, 지역 스포츠 클럽 중심 시장원리에 맡겨야

이렇게 스포츠 클럽에서 배출되는 지역의 학생선수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대표 선수촌에 갈 수 없다. 선수촌에 입촌하려면 학교 수업을 중단해야 한다. 아니면 체육 전문 대학에 진학하거나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운동 선수이거나, 학생이 아니어야 가능하다. 또 이렇게 정부가 운영 하는 선수촌에서만 국가대표가 훈련 받는다면 지역 스포츠 클럽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정부가 매년 엘리트 선수만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촌을 운영하면서 생활체육 육성을 위해 별도 예산 1300여억원을 배정하고 사용하는 것은 마치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아 안타깝다.


평소 국가대표가 배출되고 훈련 받는 곳이 바로 생활체육의 거점인 지역 스포츠 클럽이 돼야 한다. 또 종목별로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지역 스포츠 클럽의 코치가 자연스레 국가대표 코치로도 일하는 것이 맞다. 국가대표 선수촌은 올림픽이 열리는 일정 기간 전에 국가대표들이 출전 준비를 하고 전지 훈련을 떠나는 역할만 해야 한다. 그 기간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민간 관리 업체를 선정해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방하고 운영해야 한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유소년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방학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마다 많은 인력이 정부 예산으로 선진국 생활체육 실태 조사와 연구를 위해 외국을 방문한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대한민국 체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묻고 싶다. 수많은 유학생들이 이미 직·간접적으로 외국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생선수 중심의 생활체육과 국가대표 관리 체계를 경험했다. 그들에게 자문하고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자연스럽게 융화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고 충분히 실행했을 법하다.


다시 생각해 보자. 정부가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는 학생들을 위해 예산 수천억원을 들여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합숙 공부를 시키는가. 수학 공부 수당을 국제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는 학생들에게 주는가. 지역에 수학 학원이 생기고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 주는가.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별도의 장소를 만들고 매년 운영하는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지역 학원들도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시청각 자료도 넘쳐 난다. 체육은 교육이라는 전제부터 확립해야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접근을 할 수 있다. 시장 경제 원리에 반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국가 예산은 결코 효과적일 수 없다.(다음편에 계속)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③] '챔피언 마인드' 심는다…美명문대 체육의 비밀(하)

[정규영의 공선운학④] 체육 덕분에…美명문대 입학·백악관 초청·금융사 취업 이룬 어느 학생 이야기

[정규영의 공선운학⑤] 공부 잘하는 선수·화가·연주가 나오려면…"학생 선발권, 대학이 가져야"

[정규영의 공선운학⑥] 스포츠클럽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시장에 맡겨야

[정규영의 공선운학⑦]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 단체의 바람직한 역할(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⑧]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 단체의 바람직한 역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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