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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만류에도, '코로나 최전선' 뛰어든 대구의 영웅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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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구로 간 간호사 조모씨 숨쉴틈 없는 하루

택시로 보건소 출근…지역별 선별진료소로 흩어져 日 18명 검사
신천지 신도가 주요 이동 검사 대상…집 방문해 일일이 검체 채취
'레벨D 수준' 전신보호, 감염위험있는 개인 스마트폰은 절대 금물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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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거긴 사지(死地)야. 당장 사직서 써!" 애가 타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대구로 향했다. 의료진을 기다리는 대구 시민들을 생각하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최전선에 선 지 6일째. 쉴 새 없이 몰려드는 검사대상자를 마주할 때면 힘들어 할 틈도 없다.


경기도 A병원 소속 조모(31) 간호사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당연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견 근무 6일째, 조씨의 하루는 오전 8시40분 숙소 로비에 집결하면서 시작된다. 택시로 보건소로 간 후 각 지역별 선별진료소로 흩어진다. 조씨가 주로 맡고 있는 업무는 역학조사다. 그리고 코로나19 유증상자의 분비물을 얻어 내는 검체 채취도 함께 한다. 그는 "최근에는 신천지예수교 신도를 대상으로 한 검체 채취 일정이 밀려있어 눈코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근무에 들어갈 때는 '레벨 D' 수준의 보호구를 착용한다. 최근의 검사 대상자는 그간 다녀간 이들보다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레벨D 수준의 보호구는 전신 보호복과 고글(안경), 의료용 마스크, 장갑, 덧신까지 포함된다. 스마트폰 등 개인물품은 선별진료소 내에 가져갈 수 없다. 랩과 지퍼백에 감싼채 따로 보관된다. 개인물품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 등의 이유 때문이다.


2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영남대학교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차에 탄 시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영남대학교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차에 탄 시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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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검사 최대 18명…초밀착 접촉 불가피 = 의사, 운전사, 간호사 한명씩 세 명이 한 조가 돼 이동 검체 채취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나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이 주요 이동 검체 대상이다. 집으로 방문해 사람이 있는지 여부부터 확인한다. 조사 대상이 코로나19 확진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 때다. 검체채취는 길다란 면봉을 이용해 콧속과 목구멍 안쪽을 긁어 분비물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다른 방법은 기침을 하게 해 가래를 뱉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채취된 두 가지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추출, 증폭해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조씨는 "검체 채취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초밀착 접촉이 불가피하다"며 "확진 검사 이후에도 조사 대상인 사람이 확진환자인지 여부는 (이동 검체 채취팀은)확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직이 잘되니 간호과에 지원하라'던 어머니는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이럴 때(감염병 확산시기)마다 후회한다고 얘기하시더라"며 씁쓸해했다. 숨가쁘게 달린다해도 한팀이 할 수 있는 하루 검사 대상은 18명 남짓. 신천지 전체 신도 명단이 확보된 이후부터는 마음이 급해졌다. 휴식시간과 대기시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5시간 이상 레벨 D보호장비를 낀채 생활한다.

◆장비 5시간 착용…퇴근 후 녹초 = 의료진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는 보호장비로 인한 답답함이다. 조씨는 "N95(방역용 마스크) 마스크는 얼굴 윤곽에 맞춰 제작돼다보니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얼굴이 쓸리는 고통이 따르고 자국이 심하게 남는다"며 "10분만 (레벨D 보호장비를)착용해도 땀이 나고 답답한데 하루 4~5시간 생활하다보면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된다"고 털어놨다. 일부 의료진들은 직접 구입한 하이드로콜로이드 밴드(습윤 밴드) 같은 제품을 마스크 접촉면에 붙여 피부 쓸림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서히 동이 나고 있다.


바이러스 오염 등을 이유로 의료진은 선별진료소 내에 스마트폰을 들고 갈 수 없다. 사진은 조씨가 선별진료소 인근에서 대기 중인 동료 의료진을 멀찌감치에서 찍은 모습

바이러스 오염 등을 이유로 의료진은 선별진료소 내에 스마트폰을 들고 갈 수 없다. 사진은 조씨가 선별진료소 인근에서 대기 중인 동료 의료진을 멀찌감치에서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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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현장 공무원들의 '무균 개념'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보건소 등 지자체 관계자들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면서 레벨D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장비를 벗어 놓은 의료용 폐기물박스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발을 집어넣고 우겨넣는 것도 목격했다"고 꼬집었다. 그런 부주의한 행동이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틀림 없이 이기겠지만 그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신보호구 5만5000여개, 방역용 마스크(N95) 9만1300여개 등 보호장비 14만여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이들 지역의 의료인력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겸 보건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대구·경북 의료진 감염을 막기 위해 전신 보호구와 방역용 마스크, 전동식 호흡보호구를 제공했다"며 "의료진이 충분한 보호장비를 갖추고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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