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로 억만장자가 된 저자
"고통 참고 견디는 게 미덕 아냐
재밌고 편안한 길이 성공의 길"
본인이 살아온 삶 과시 안 해
자신과 돈에 대한 '존중' 강조
멘토로 지켜본 이들 변화 담아
2024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시대에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개인 사업가로 알려진 저자는 '어떻게 더 잘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 책은 흔한 성공담이나 재테크 지침서와는 결이 다르다. 저자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금융 투자로 자산을 불린 인물이 아니다. 오로지 근로소득으로 재산을 일궜고, 그 결과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업소득세를 낸 사람 중 하나가 됐다. 누적 납세액은 약 1600억원에 이르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과시와 거리가 멀다.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 말하며, 부를 쌓는 과정에서 붙들었던 생각과 태도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사이토 히토리의 출발선은 화려하지 않았다. 최종 학력은 중졸, 자본도 인맥도 없는 상태에서 사회에 나섰다. 일본 경제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시기, 그는 한방 성분을 활용한 건강식품과 화장품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중요한 것은 아이템 그 자체보다 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삼지 않았다. 일부러 고생을 선택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재미와 편안함을 기준으로 길을 고르라고 말한다.
책에서 반복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인생은 순간의 연속이며, 지금이 지나치게 괴롭다면 그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삶이 고통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은 그 일을 누구보다 좋아했기에 엄격한 훈련을 감내할 수 있었고, 그 과정마저 즐겼다는 설명이다. 노력은 필요하지만, 괴로움이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이토 히토리는 인생을 하나의 드라마에 비유한다. 주인공은 수차례 위기를 겪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좌절로 끝나지는 않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결국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기에 지금 마주한 난관 역시 주인공에게 주어진 하나의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관점은 실패를 개인의 무능으로 환원하기보다, 다음 전개를 위한 과정으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책은 자존, 습관, 인연, 성공, 생사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각각은 독립된 조언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는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도 일하러 가는 나, 정말 대단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기 인정이 있어야 삶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관에 대한 그의 시각도 인상적이다. 거창한 목표나 극적인 결심보다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행동이 인생을 만든다고 말한다. 감사의 말 한마디, 미소 짓는 표정 하나가 주변의 반응을 바꾸고, 그 반응이 다시 기회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외모나 배경과 무관하게 밝은 표정을 지닌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와 부탁이 흘러든다는 경험담도 곁들인다.
인연에 대해서는 관계의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친구가 많지 않아도 괜찮고,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는 현대인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사회적 관계망의 크기가 곧 행복의 크기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나와 상대 모두 편안한 관계만 남겨도 삶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억지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말 역시 설득력을 갖는다. 붉은 꽃은 붉게 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비유처럼, 각자의 색을 지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주장이다.
성공에 대한 정의도 기존의 틀을 비튼다. 그는 성공을 고통을 많이 견딘 결과로 설명하지 않는다. 즐길 수 있는 일을 오래 지속한 결과로 본다. 일이 어려워졌다면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더 복잡한 문제에 도전할 단계에 올라섰다는 증거라는 해석도 인상적이다. 게임에서 강한 적을 만났을 때 좌절하기보다 공략법을 찾듯, 일 역시 시행착오를 통해 실력이 쌓인다는 설명이다.
돈에 대한 태도는 이 책의 또 다른 핵심이다. 사이토 히토리는 돈을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태도에 반응하는 존재처럼 대한다. 돈에도 머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전제를 두면, 허세나 낭비를 자연스럽게 경계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금을 기쁘게 낸다고 말하는 대목은 미담을 넘어, 돈을 대하는 그의 철학을 드러낸다.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행위가 결국 자신을 더 큰 흐름 속에 놓이게 한다는 믿음이다.
이 책이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서는 이유는 저자가 멘토로서 수많은 삶의 변화를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의 조언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이들의 사례는 극적이다. 빚과 생계에 쫓기던 노점상이 많은 사람이 찾는 가게로 성장하고, 사회 초년생이 고액 납세자 반열에 오른 이야기는 특별한 기술보다 태도의 변화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불황을 이기는 구체적인 전략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불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묻는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는 시대에 그는 더 즐겁게, 더 가볍게 살아보라고 제안한다. 그 제안은 의외로 단순하지만, 그래서 오래 남는다. 오늘을 버티느라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인생은 아직 진행 중이며,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언제나 당신이라고.
사이토 히토리의 어떻게 살 것인가 | 사이토 히토리 지음 |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32쪽 | 1만3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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