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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미 관세협상, 美 속도전에 휘말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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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미 관세협상, 美 속도전에 휘말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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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방위비 재협상까지 시사를 하면서 무역과 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원스톱쇼핑' 협상을 우리 측에 주장했었다. 하긴 노벨 경제학상을 탄 토마스 셀링은 서로에게 유익한 거래를 묶음으로 제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묶음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여러 제안을 한 번에 제시해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도 협상의 기술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이 제시하는 묶음 전략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미국이 서두르는 협상이 동맹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무역이 어떻게 제로섬인가. 미국이 경제적 결정과 무관한 정치 문제로 동맹국을 볼모로 삼는 게 정당할까. 그간 미국의 경제정책은 협력, 다자주의, 국제 규범을 기본으로 하며,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거나 전략 산업의 자국 유치 목적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례없는 동맹과의 관세협상은 미국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온 우방과의 경제 생태계를 악화시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관세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지고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이 우리를 비롯한 우방에 손을 내밀어 조속히 협상을 끝내자고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과 미국의 재무·통상 수장이 참여한 '2+2 통상 협의'가 열렸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다음 주에 양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는 별도 트랙이란 입장인데 일본과의 협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문제(미군 주둔 분담금)를 안건에서 뺐다. 협상의 기술 관점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항을 생각하며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첫째, 미국 측 주장과 달리 상대방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 실망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차, 대만 TSMC, 미국 엔비디아는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를 향한 빅딜'이란 선물에도 불구하고 신빙성 있는 약속을 보장받지 못했다. 어디 기업뿐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첫 번째 관세 협상 이후 "큰 진전"을 이뤘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본이 성급하게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며, 큰 양보를 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의 협상이 못내 아쉽다는 말이다.


둘째,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를 고려할 때 협상의 끝맺음은 6월 3일 탄생하는 새 정부에서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협상에서는 국익을 생각하며 최소한 예우를 갖춰 무리 없게 협상하고 중요 부분은 새 정부가 끝맺는 것이 옳다.

셋째,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협상이 어떻게 진전될지를 바라봐야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 일본, 호주, 영국, 인도 등 5개국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어 하나 우리가 제일 먼저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며 판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매를 먼저 맞고 선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우매한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 다운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방식에 휘말리지 말자.


우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가란 점을 들어 양허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율이 제로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조선 협력이나 액화천연가스(LNG) 구입을 레버리지로 삼고 상호관세를 최소화해야 한다. 환율 협상이 갑자기 의제에 들어갔다. 원화가 지나치게 절하된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없게 투명하게 결정되고 있음을 잘 설명해야 할 것이다. 1분기 역성장까지 한 우리 경제에 어둠이 짙게 몰려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협상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조원경 UNIST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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