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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의도경제의 시작과 클릭장사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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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디지털 세상은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의 시대였다. 소비자의 시선과 시간을 잡아끄는 것이 돈이 되던 세상이다. 넘쳐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주목 경제는 언론에 큰 기회이자 위기였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종이를 주로 찍던 시절보다 더 많은 구독자와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으나 예외 사례에 가깝다. 대다수는 일명 '클릭장사'에 빠졌다. 관심을 얻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과 이미지를 붙이곤 했다.


외부의 따가운 비판, 수많은 자성의 목소리에도 굳건하던 클릭장사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클릭장사의 기반이던 주목경제의 논리가 허물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경제에 치명타를 날린 건 인공지능(AI)이다. AI를 통해 검색 이용자의 검색 의도와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질문하는 위치, 시간, 과거 질문 이력, 패턴 등 개인의 모든 데이터를 동원해 내가 원하고 있던 걸 제공한다. 소비자의 '의도'가 중심이 되는 경제 구조, 즉 '의도경제(Intention Economy)' 시대가 AI와 함께 열린 것이다.

주목경제에서 의도경제로의 변화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를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눈앞에 리스트 형식으로 제목을 여러 개 띄운 페이지가 나타난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을 클릭했다. 반면 AI 검색은 내가 실제로 볼 확률이 가장 높은 기사를 요약으로 바로 제시한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이 AI 기반 검색결과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결과의 60%는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거기서 종료됐다.


노트북에서 AI 검색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 게티이미지뱅크

노트북에서 AI 검색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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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Chat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제미나이(Gemini) 등 AI를 활용한 검색 서비스는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챗GPT는 지난해 11월 기준 트래픽이 44% 늘었고, 퍼플렉시티는 월간 사용자 수 1500만명을 기록했다. 네이버까지 27일 'AI 브리핑'이라는 AI 검색 서비스를 출시한다.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트래픽 경쟁을 하던 모든 콘텐츠 생산자가 긴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기존 검색 엔진을 통한 노출과 클릭 수익이라는 방정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뉴스를 조합해 핵심만 요약한 AI 검색결과는 기사 원문에 대한 접속을 줄인다. 트래픽이 감소하면 광고 수익이 떨어지고 브랜드 노출도 급감한다.


다만 의도경제 시대라 해서 언론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AI의 성능은 데이터 품질에 좌우된다. AI의 출력값은 믿을 수 있는 언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 언론사는 원치 않았던 클릭장사를 이참에 접고, 품질과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수도 있다. 물론 의도경제의 뉴스 시장도 처절한 경쟁의 장일 것이다. 검색엔진에서 내 기사가 잘 노출되도록 하는 작업인 검색엔진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SEO) 작업은 AI 엔진이 내 기사를 잘 발견하도록 돕는 SAO(Search AI Optimization)로 진화할 것이다. 언론사보다 트래픽 데이터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마케팅 업계다. 이곳은 이미 SAO에 몰두하고 있다. 언론도 너무 늦진 않아야 한다.




김동표 전략기획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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