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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탄핵 정치와 대의제 국가기관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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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 연달아 기각…남용 논란
정치적 압박 수단 변질 비난도
국회 권력에 대한 통제 장치 필요

[논단]탄핵 정치와 대의제 국가기관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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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가 모두 헌재 심판에서 기각됐다. 초미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아직도 5건의 탄핵 심판이 헌재에 계류 중이다. 2년 7개월 동안 29건의 탄핵이 발의됐고, 헌재의 심판을 거친 탄핵소추는 모두 기각되었으니 탄핵소추권 남용이라 할 만하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당의 이재명 대표는 “주어진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했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그랬다”고 무마했다.


헌법재판소는 13일 탄핵심판 이후 보도자료에서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니라고 했다. 오독의 소지가 없게 그대로 인용해보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는바, 이 사건 탄핵소추의 주요 목적은 위와 같은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소추권 남용이 아니라는 설명을 결정 이유 맨 앞과 끝부분에서 강조했다.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헌재가 소추권 남용이 아니라는 점까지 덧붙인 것은 의아하다. 소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예방 효과 때문에 남용이 아니라는 주장은 윤 대통령 측의 황당한 계몽령 주장을 떠올리게 했다. 비상계엄이 야당에 대한 경고였고,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윤 대통령은 항변했다. 대통령 지지세력은 이를 계몽령으로 발전시켰다. 대통령의 경고용 비상계엄론과 헌재의 예방적 탄핵소추론, 마치 평행이론처럼 황당하게 나란하다.


탄핵은 헌법에 보장된 대의민주주의의 제도이다. 고위공직자의 권력 남용이나 헌법 위반을 막기 위한 장치다. 미국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탄핵제도는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통제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의 일상적 기능을 넘어서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래서 실용적 제도라기보다는 압박용 잠재적 제도로 보기도 한다. 일상적으로는 법치주의와 정치적 책임으로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실제 탄핵 사례가 드물다. 정변이 자주 일어나는 남미의 페루 등에서 보이는 편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의 일상이 돼버린 탄핵정치 현상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 사법리스크 위기를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돌파하려는 민주당의 전략이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부딪히면서 탄핵의 일상화를 낳았다고 본다. 민주당은 대장동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을 사상 초유로 줄줄이 탄핵소추 했고, 비상계엄 이전부터 일찍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퇴진론도 제기했다. 물론 윤 대통령 탄핵소추는 스스로 부른 자충수였다.

국회와 이를 주도한 민주당의 과도한 탄핵소추 전략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만하다.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은 소추 주체인 국회 쪽에 증거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기각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국회의 소추권에 조사권까지 보완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탄핵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웠음에도 직무 정지라도 노리고 탄핵소추를 밀어붙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적 책임은커녕 염치조차 사라진 한국 정치다. 오히려 국회가 마치 범죄혐의자들의 도피처 소도 같다는 비판도 있다. 조사권 보완이 아니라 국회 권력에 대한 새로운 통제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통령, 국회, 헌재에 이르기까지 요즘 대한민국 대의제 정부 최고기관들의 민낯이 부끄럽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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