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익 최우선' 트럼프 압박에
韓 자본·인재·기업 유출 심각
명쾌한 국가 목표·제도개선 필요
적어도 미국의 앞으로 4년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당황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더 자유민주를 가치로 동맹을 끌어안고 적대적인 진영에 대해 방파제 역할을 하던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경 봉쇄와 더불어 불법 이민자 1400만명을 추방하겠다. 한국이나 NATO 같은 동맹에 방위비를 대폭 인상하라. 캐나다, 멕시코 같은 인접국과의 FTA도 파기 하며 미국의 관세의 벽을 높이겠다.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 파나마운하를 되돌려 받겠다. 멕시코만을 미국만이라 부르겠다."며 캐나다, 그린란드 등 영토 확장의 야욕까지 보인다.
이런 일방적인 정책들이 기존의 국제 질서를 흔들 것은 명확한데, 궁극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될지는 갑론을박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자유무역의 선봉에 섰던 미국이 장벽을 높일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인건비, 제조원가 상승 등으로 트럼프 정책을 지원하는 저소득층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 정책들의 옳고 그름이나 효과가 아니다. 그들의 문제 인식과 대응 전략의 명쾌함이다. 2기 트럼프 정부의 루비오 국무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미국의 외교 정책은 미국의 이익 증진을 우선으로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에서 하는 모든 일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하는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하는가’ ‘우리를 더 번창하게 하는가’ 3개의 질문 중 하나로 정당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이렇게 명쾌하고 강력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정치가 불안하고 무능해 걱정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인재, 기업의 유출(해외 투자 및 해외자본의 인수합병 포함) 증가가 심각해 보인다. 다 빠져나가면 무엇이 남나 싶다.
2024년 백만달러 이상 부자들의 국가별 유출을 보면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우리나라가 4위를 차지했는데 인구 대비 비율로는 1위 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입이 높은 나라는 아랍에미레이트, 미국, 싱가폴, 캐나다 순이다. 주목할 건 부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국가 건설을 꿈꾸며 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장학재단을 만들어 유학을 보내고 고위공무원들 해외 연수를 시켰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인재가 경제발전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유학을 다녀와서 정부, 학교, 연구기관,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지에서 정착해 자리 잡는 경우가 일반화되었다. 더구나 아예 정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조기(중고교) 유학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더 나은 대우와 환경을 좇아 고급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의 반기업 정서와 정책을 피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는데, 트럼프 2기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내 이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하는 대로 우리도 국정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빠져나가는 자본, 인재, 기업의 유출을 막는 것을 모든 정책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교육제도, 좋은 일자리, 육아 환경, 교수?연구원의 대우, 대학 등록금동결, 세계 최고의 상속세, 기업을 옥죄는 법?제도?관행 등을 그 잣대를 기준으로 보면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진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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