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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韓증시 마중물로 퇴직연금?…선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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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韓증시 마중물로 퇴직연금?…선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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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 부문이 퇴직연금이다. 400조원대 퇴직연금은 근로자 노후자금의 ‘최후 보루’라는 점에서 그간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방점을 찍어왔다. 다만 연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 수준인 2% 선에 머무르자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증시 활성화를 내건 금융당국까지 이에 가세했다. 금융감독원은 2025 업무계획 보고에 ‘자본시장과 연계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포함했다. 퇴직연금 실적배당상품 투자 한도(70%)를 폐지하고, 개별 주식에 직접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2%대 수익률은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주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의문표가 따라붙는다. 현 퇴직연금 운용체계는 가입자가 직접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계약형 구조다. 적립금의 무려 87%가 원리금 보장상품, 즉 은행 예·적금 같은 안전자산에 편중된 것도 가입자의 선택인데 단순히 투자 한도를 폐지한다고 이러한 행태를 바꿀 수 있냐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2015년 투자 한도를 70%로 상향했다. 그러나 이후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크게 줄었다거나 수익률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운용체계가 완전 다른 미국과의 단순 비교도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알아서 투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풀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노후자금 확보’라는 퇴직연금의 ‘확고한’ 목적성이 걸린다. 더욱이 연금 운용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전문지식 및 시장 분석이 필요해 개인 투자자가 훨씬 불리한 영역이다.


‘최소한’을 앞세운 규제 완화가 시장 논리에 따른 공격적인 투자 상품 유도로 이어지진 않을지, 정보 비대칭에 놓인 개인이 단기 수익률에 현혹돼 자칫 노후자금을 날리는 사례가 발생하진 않을지, 이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연금제도의 안정성을 해치진 않을지 도리어 금융당국이 강하게 경계감을 높여야 하는 셈이다.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은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한 배경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증시 활성화에 사활을 건 금융당국은 대규모 퇴직연금 자금을 증시 장기투자 재원으로 끌고 와 자본시장 발전 마중물로 삼길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 장기 투자가 가능한 시장과 연금 운용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근로자 노후자금의 최후 보루인 퇴직연금은 성숙된 금융시장 조성에 도움이 될 순 있으나 결코 ‘시장의 유동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 입 모아 지적하는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배경에는 각 개인이 적극적인 연금 투자를 꺼리고 원리금 보장상품에 쏠리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중이 단지 투자 규제 때문일까, 아니면 ‘노후자금만은 결코 잃을 수 없다’라는 직장인들의 꺾을 수 없는 의지 때문일까.


결국엔 한국 증시와 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또 가입자들의 투자 전문성을 보완 지원할 수 있는 운용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돈은 대접받는 곳으로 간다(Money goes where it is treated well)’라는 말이 있다. 퇴직연금 자산도 결코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조슬기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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