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 자체 부담스러워해
"이번 설 명절엔 정치 얘기는 안 할 겁니다. 항상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 더 그래야지요."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늘공’(늘상 공무원) 참모진은 24일 설 명절을 앞두고 덕담을 건네는 기자에게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걱정과 함께 안위를 묻는 전화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그 빈도가 뜸해졌지만 여전히 안부전화에 응대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대통령실로 파견되는 공무원들은 소위 부처 ‘에이스’로 강도 높은 업무를 소화하다 보니 대통령실 근무 후 업무 성과를 인정 받고, 해당 부처로 돌아가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정 동력도 크게 상실되면서 최근 늘공 출신들의 사기가 저하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접점을 벌이는 가운데 ‘어공’(어쩌다 공무원) 참모진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진 반면, 늘공 참모진들은 입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 참모진은 "계엄사태가 2개월가량 지나면서 여론 움직임에 변화가 포착되지만 이번 설 명절에 정치 얘기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로 계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점차 잊혀지는 분위기지만 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혼, 정치, 취업 주제는 명절에 피해야 할 3종 세트 아니냐"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재창출’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조사와 향후 대선 결과를 벌써 일치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앞으로 3자구도 등 변화 가능성과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의 방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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