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신 내려놓고 객관적 시선 바라봐야
새해 다짐보다 더 나은 동기 부여 될 것
2025년을 맞아 내 부고를 쓰기로 했다. 그간 새해엔 새 다이어리 첫 장을 조심스럽게 펼쳐 한 해의 안녕을 바라는 비슷비슷한 다짐을 써 내려갔다. 건강을 바라며 늘 첫 번째로 챙기는 운동, 평생 함께해야 할 공부,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취미생활 같은 것이 다이어리 첫 페이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성스러운 새해 첫날의 기록은 대체로 작심 한 달에 그쳤고, 급하게 휘갈겨 쓴 취재원과의 통화 내용에 덮여버렸다. 일부 다짐은 시도조차 못 해본 채 다음 해 다이어리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새해 다짐이 아니라 부고를 쓰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다시 출발점에서 섰지만 이 시작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할 때, 초심이 더는 초심이 아닐 때 되려 도착점에서 다시 현재 시점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 해거티는 저서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자신의 부고를 스스로 써보라고 권했다. 내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그게 나다)의 손에 내 얘기를 맡기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삶에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방식은 이렇다. '삶의 이력을 요약하면서도 나를, 나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담을 것.' 특히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목표는 이뤘는지에 초점을 맞추라는 게 제임스 해거티의 조언이다.
내 부고를 쓰자니, 현재 인생의 어느 시점에 머물고 있는지부터 큰 그림에서 보게 됐다. 내 삶을 관통하는 중심 가치를 찾기 위해선 과거 삶에서 인상적이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도 필요했다. 제임스 해거티는 인생을 벽화로 그려본다면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봐야 한다고 했다. 그 벽화에서 어떤 패턴이나 의미를 찾기 위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봐야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아무리 지루해 보일지라도 기본적인 세부 사항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맥락 없이 늘어놓은 새해 다짐보다 효과적이었다. 훨씬 더 공감각적으로 '나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를 관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생각이 거듭될수록 내용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내 부고 쓰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혹시라도 끝에서 시작을 관통해 현재까지 톺아본 삶의 궤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쓸 수 있다. 현재까지 어떻게 쓰였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제임스 해거티는 그런 의미에서 '아직 늦지 않았다'고 했다.
유난히 뒤숭숭했던 지난 한 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올 1월이 왔고, 그마저 3분의 2가 지났다. 그렇지만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겐 음력 1월1일이라는 두 번째 기회가 있다. 초심이 빛바랬다면 현재 시점에서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내 부고를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마침 이제 곧 '두 번째 새해'가 다가오고 있는 참이다. 새해를 맞아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좋았던 점은 충분히 토닥여주고, 부끄러웠던 점은 냉정히 반성하는 거다. 다만 이 작업을 할 때는 자기 확신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눈으로 멀리서 또 가까이서 자신을 바라볼 때야 비로소 미래도 다시 초심 다지듯이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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