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저평가 매력 부각
바이오·AI소프트웨어·조선업 관심↑
지난해 전 세계 증시 중 수익률 꼴찌라는 오명을 썼던 국내증시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중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증시에서 헬스케어 및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 조선 및 방산 등의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증시에서 순매도 규모를 줄였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일까지 약 1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주요 기관투자자인 연기금도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순매도세를 지속하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월간 2조원이 넘는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이달에도 6거래일 동안 396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과 연기금 등이 국내증시를 사들이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주가의 과도한 하락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과 환율 효과다. 국내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외국인과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중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국내주식을 더 담을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또 지난달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싸게 국내주식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증시 분위기도 국내증시에 우호적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술주의 독주로 인해 신흥국 및 유럽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최근 회복되고 있다.
실제 헤지펀드 등 스마트머니는 2024년 초부터 미국 기술주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워진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인해 미국 나스닥은 최근 2~3개월 동안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과 유럽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지난달 들어 신흥국 주식 펀드와 유럽 주식 펀드로의 자금 순유입이 확인되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순유입 규모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며 “미국 주식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가 보다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상승장세가 펼쳐질 국내증시에서 헬스케어 및 바이오, AI 및 소프트웨어, 조선 등의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헬스케어 및 바이오 업종은 오는 16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나오는 이슈로 주목받기 시작할 전망이다. 이 행사는 올해 첫 글로벌 IR로 빅파마 및 바이오텍의 연간 마일스톤과 사업개발 방향성이 발표된다. 행사 기간 동안 인수합병(M&A) 및 대규모 라이선스 거래가 발표되기도 한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 및 올해 투자 아이디어 발굴 기회도 생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달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 수출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며 “또 알테오젠의 1차 계약사와의 임상시험 진입 여부, SK바이오팜의 두 번째 생산 도입 여부, 리가켐바이오의 ADC 기술수출 여부, 올릭스의 siRNA 기술수출 여부 등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AI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주목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반도체와 같은 ‘하드 AI’가 주목받았지만,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AI가 어떤 산업에 접목될 것인지 찾을 것이고, 이에 ‘소프트 AI’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소프트 AI 관련 기업으로 휴먼AI 부문에서 마음AI, 이스트소프트, 셀바스AI를, 문서 기반 부문에서 한글과컴퓨터, 폴라리스오피스 등을 선정했다. 의료AI 부문에서는 루닛, 딥노이드, 셀바스헬스케어 등을 관심종목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업종은 조선 업종이다. 국내 조선업종은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 관심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최근 미국 국방부가 중국 조선사 및 선주사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하면서 국내 조선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의 상대적인 수주 경쟁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의 대외 환경 변화로 한국 주식시장 내 조선 산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강화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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