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의무보유 확약 확대 방안 고려
단타 과열 막기 위한 '고육지책'
시장위축 우려 큰 만큼 신중한 접근 필요
감독 당국이 기업공개(IPO)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의무보유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IPO 계획을 재차 철회한 가운데 규제 강화 조짐을 보이자 투자은행(IB) 업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하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가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상장을 추진 중인 예비 상장사는 기대보다 낮은 공모가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모가 거품을 뺄 수는 있지만 IPO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8일 발표한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식시장 체질 개선에 나선다. IPO 시장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모가의 합리성을 높이기로 했다. 올 3월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공모주를 일정 기간 보유하도록 하는 의무보유 확약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 입성한 새내기 상장사의 상장 당일 단순 평균 수익률은 41.1%에 달했다. 기관이 공모주를 상장 당일 팔면 40%가 넘는 시세차익을 낼 수 있었다. 리스크가 낮은데 기대 수익률이 높다 보니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기관투자가가 늘었다. 수요예측 경쟁은 치열해졌고 10개 신규 상장사 가운데 8~9개사는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에 거품이 꼈고 상장 초기 반짝 급등했다가 주가가 계속 뒷걸음질 치는 신규 상장사가 늘었다. 새내기 상장사의 지난해 말 기준 단순 평균 수익률은 -16.9%다.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아 투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유통 시장에서 주식을 산 주주들은 전전긍긍하며 밤잠을 설쳤다. IPO 시장이 투기성 단기 자금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독 당국이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 확약 확대를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했을 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가 감소하거나 인수 희망가를 보수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는 사례가 생길수록 상장 계획을 연기하는 예비 상장사가 늘어난다. 국내 증시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뉴욕 증시로 향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도 늘어날 수 있다.
과거에도 예비 상장사가 희망 범위보다 낮은 공모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기에는 상장 이후 투자자의 피해가 커진다.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도 '치고 빠지기식'으로 접근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상당하다. 시장 논리에만 맡기자니 거품이 많이 끼고, 규제를 강화하자니 시장이 위축된다.
이처럼 IPO 건전성을 높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앞서 감독 당국은 2022년 12월 '기업공개(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건전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2023년 6월부터 신규 상장사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했다. IPO 시장 활성화에는 영향을 줬지만 공모가 거품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따라붙었다. 이번에는 다양한 의견을 고루 청취하고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개선안을 찾길 바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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