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내년 정치·경제·비즈니스 전망
내년 전세계 추가될 에너지 저장장치 80GW
中, 美 수출제한 탓 좋은 칩 만들기 어려울듯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말 세계 각국의 정치와 경제, 비즈니스, 금융, 과학, 문화 등을 심층 진단해 미래를 예측하고 트렌드를 분석한 책 ‘세계대전망’을 출간한다.
‘2025 세계대전망’ 비즈니스 부문에서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먼저 에너지 저장 혁명을 언급한다. ‘전력망 규모 에너지 저장의 전성기가 임박했다’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추가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규모는 80G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4년 만에 8배나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저장 혁명의 이유로 네 가지 를 꼽는다. 저장장치가 필수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의 급증,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의 급락, 인공지능(AI)의 부상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저장의 혁신적 대안을 언급한다. 혁신적 대안의 예로는 화재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물과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압축가스 등을 언급한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새롭게 부상하는 AI 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다. 이코노미스트는 AI와 관련해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이 내년부터 본격 생산돼 데이터센터의 중추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나 데이터센터의 생산이 폭발적인 블랙웰 칩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AI 칩 기술 자체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거대하고 성능이 뛰어난 AI 칩을 칩 생산업체들이 개발할 수 있느냐가 변수라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수출 제한 때문에 성능이 좋은 칩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미국이 행한 중국 수출 제한 조치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기 재임 시절 중국과 극단적인 무역 전쟁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강도를 높이고 대규모 관세로 중국을 옥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 세계 정치, 경제 등 전 부문에 걸쳐 가장 큰 화두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이며 이코노미스트 역시 ‘2025 세계대전망’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가 현재의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광범위하게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워싱턴 지국장 이드리스 칼룬은 트럼프 당선인이 ‘트라이펙터(trifecta)’의 호재를 안았다고 비유했다. 트라이펙터는 경마에서 1, 2, 3위 경주마를 모두 맞힌 경우를 뜻한다.
게다가 내년 미국의 경제 상황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최근 실업률은 약 4%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물가 상승률도 2025년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연간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손상된 공급망이 완전히 회복되고, 노동 시장도 정상 궤도로 돌아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 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말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4%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전망하며 이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성과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규제 완화, 세금 감면,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인상과 불법 이민자 추방은 미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노동력을 줄여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세금 감면으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 재정적자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햇수로 4년 차에 접어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예산을 쓸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럽 정치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의 국방 에디터 사샹크 조시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는 유럽에 커다란 충격"이라고 썼다.
트럼프의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 할 경우 유럽의 선택은 두 가지다. 러시아와 타협하거나 아니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국방 및 안보 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유럽을 단합시킬 수도, 분열시킬 수도 있지만 재정적 측면에서 분열의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 30개국 중 현재 약 3분의 2만이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는데, 미국이 빠질 경우 두 배 이상의 국방비 지출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곧 부채 증가, 세금 인상, 복지지출 삭감을 의미하며 정부 관계자들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서방이 러시아와 타협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독일의 2월 조기 총선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이 독일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견제하기 위해 불법이민 문제 등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 세계대전망 | 이코노미스트 지음 | 이고운·이유정·전예진 옮김 | 한경 | 416쪽 | 2만3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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