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는 퇴진은 시간벌기 전략
조기 대선과 李 재판 시간 싸움
12일 조국 대법 판결이 분수령
1차 탄핵이 무산됐지만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의 법적 직무 정지를 유예하는 질서 있는 퇴진론은 국민들의 분노에 대한 화답이 아니다. 탄핵소추를 무산시켰던 국민의힘 105인의 단일대오도 이미 무너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지도부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통령의 퇴진은 즉각 자진사퇴가 아니라면 탄핵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탄핵소추로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법적으로 확보하고 그 타당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면 된다. 헌법에 규정된 질서 있는 퇴진 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당시에 나왔던 질서 있는 퇴진론은 내란과 같은 대통령의 위헌적인 행동이 쟁점이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가능했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이미 내란 혐의의 피의자가 돼 있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이뤄진 상태다. 12월 3일의 실패한 비상계엄 사태를 ‘12·3 내란 사태’로 표기하는 언론들도 있다.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과는 다른 차원의 대통령 자신의 위헌적 권력남용에 대한 책임이다.
여당이 탄핵 반대 명분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말하고 있지만 내막은 시간벌기 전략이다. 이대로 대선 국면으로 갈 경우 집권 가능성이 큰 야당에 그대로 기회를 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와 시간 싸움이 핵심이다. 여당은 이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을 비롯한 사법 리스크가 대선 이전에 구체화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자폭으로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여당의 시간 전략이 더 조급해진 것이다. 시간을 끌어보고자 ‘질서 있는 퇴진’을 꺼냈지만 탄핵은 불가피하고 대통령의 인신 구속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돌발 자진사퇴를 우려해야 할지 모른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여당과 야당이 김건희 의혹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공방을 벌이면서 버텨 온 불량정치의 공생 구조였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까지 들면서 권력투쟁의 승리로 사법적 책임을 덮는 전략을 도모했다. 윤 대통령의 자폭 참사로 정권 스스로 무너져 방탄 세력이 결과적으로 승리한 셈이다. 탄핵 책임을 묻는 게 심각하고 시급하지만, 방탄정치의 승리로 사법적 책임이 은폐돼서는 안 될 일이다. 9일 자 주요 일간신문에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국민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명입니다’라는 대한민국 법원 이름의 ‘곧바로 똑바로’ 광고가 실렸다. 사법부의 제 역할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라는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12일로 예정된 조국 대표의 대법원 최종심 향배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파기환송이 나오거나 최소한 선고가 연기된다면 사법 리스크는 비상계엄 책임론 속에 상당 기간 묻힐 수 있다. 만일 2년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다면 조국 대표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국민들은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황당한 계엄 선포는 민주화 이후 시대변화에 조응하지 못한 옛 민주화 세력의 역할을 역으로 살아나게 했다. 고장 난 시계를 시대착오적 대통령이 유효하게 만든 셈이다. 차기 대선까지 진통은 불가피하다. 그 진통을 겪으면서 타락한 카르텔 세력의 권력정치가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 시대로 새출발하는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할 터이다. 탄핵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의 집단 전략에 대한 비판 또한 정당민주주의와 국회법의 자유투표 원칙을 무시했던 그동안의 반민주적 자신들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꼭 봐야할 주요뉴스
[르포]6년 만에 마트 열었다…'우르르' 오픈런 롯...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