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응원하는 대만 정부와 국민
우리는 왜 삼성 지지에 주저하는가
세상 쓸데없는 일이 연예인과 재벌 걱정이라는데, 특정 인물이나 집안 소유물로서 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며 수십만명을 고용하고 수백만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삼성, 우리는 두 가지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본론에 앞서 삼성 특히 삼성전자가 갖는 경제적 위상을 굳이 나열할 필요는 없겠다. 그들이 만들어 파는 제품, 그중에서도 반도체라는 것이 경제를 넘어 안보 측면에서 갖는 중요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기업이 중대 위기에 빠졌으니 언론과 정부, 정치권이 긴급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그것은 쓸데없는 재벌 걱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조언이 쏟아진다. 나름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도 흔하다. 하지만 삼성이 그런 진단을 하지 못해 현재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필자가 고민하는 지점은 시민이나 정부, 정치권이 삼성을 흔쾌히 걱정해주는데 왜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삼성의 위기가 단지 사업적 실기를 만회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온전히 극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와 외교, 정책과 법률이 복잡다단하게 얽힌 반도체 사업은 여러 분야의 종합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삼성의 최고위층 인사는 ‘대만 국민과 정부가 TSMC에 보내는 지지와 애정, 자부심 같은 것들이 부럽다’고 사석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대만 국민은 TSMC를 ‘국가를 수호하는 성스러운 산(護國神山, 호국신산)’이라 부른다. 대만 정부가 TSMC를 보호하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술한 대로 삼성에 대한 우리 국민 정서는 대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이를 의식한 정부와 정치권은 ‘재벌 편들기’ 프레임을 걱정하며 삼성을 위한 규제 개선이나 제도 마련에 소극적으로 반응한다. 언론 역시 삼성에 대한 걱정이나 조언이 자칫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던 어떤 언론인의 비루한 자백과 혼동될 것을 우려한다.
이런 현실에는 삼성이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삼성의 위기 극복 과정은 사업적·기술적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서 멈추어선 안 된다. 그간 삼성이 우리 사회나 구성원, 투자자 그리고 권력과 맺어온 관계의 면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우리 국민은 삼성을 왜 ‘호국신산’이라 부르지 못하는지, 이런 불편한 질문들을 묻고 답할 기회를 삼성 자신에게 던지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삼성이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엮인 우리 개개인의 삶도 한동안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 글로벌 기업이 삼성 하나뿐이겠냐만, 어쨌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지난한 과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이 다시 초격차 기술력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을 '재벌 편들기'로 매도해 우리가 얻는 것은 별로 없다.
삼성 역시 국민의 삶과 폭넓게 연결돼 있다는 책임감에 기반해 선진적인 기업 활동과 구조 변화로 사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삼성의 발전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미래와 서로 다르지 않다는 믿음을 세우는 일은 엔비디아 퀄리티 테스트 통과보다 훨씬 중요한 위기 극복의 산물이 될 수 있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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