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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이창호·신진서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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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축구 영웅, 브라질 펠레와 아르헨티나 메시 중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일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면 이건 어떤가. 미국프로농구(NBA) 전설인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중에서 누가 더 농구 실력이 뛰어날까.


답을 정하기 쉽지 않은 물음이다. 서로의 전성기가 다른 데다 시대 변화에 따른 기술 발전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만약 앞선 물음에 대답하는 이가 있다면 각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정보를 토대로 한 판단일 가능성이 있다. 특정 영역에서 누가 최고였는지에 관한 물음은 우문(愚問)일지 모르나, 그 자체로 아련한 추억을 상기하는 삶의 엔도르핀이다.

지난 6월1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제5회 월드 바둑 챔피언십 개막식에서 이창호 9단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6월1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제5회 월드 바둑 챔피언십 개막식에서 이창호 9단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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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둑계에도 그 아련함의 공유가 번져나간 사건이 있었다. 현재 세계 바둑계의 최강자로 평가받는 신진서 9단과 중국에서 경외감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던 전설적인 인물인 이창호 9단의 맞대결이다. 두 기사는 지난달 11일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8강에서 맞붙었다.


이창호는 49세, 신진서가 24세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인 25년은 강산이 두 번은 더 변할 세월이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그 시대를 평정했던 두 명의 바둑 기사 대결. 이창호가 누구인가. 인류 최강이라는 수식어도 모자랄 정도로 극강의 기력을 보여줬던 인물 아닌가. 신진서는 또 어떤가. 현재 바둑계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의 거센 풍랑에 사실상 홀로 맞서며 한국호(號)를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인물이다.


이창호와 신진서, 두 전설의 승부는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바둑은 덤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승부가 이뤄진다. 정말로 미세한 바둑이라도 0.5집 차이로 승 또는 패가 갈린다. 이창호와 신진서 대결에서는 ‘3패빅’이라는 희귀한 장면이 나오면서 승패를 가릴 수 없었다. 패(覇)가 3개 이상 나오면 서로 돌아가면서 따낼 수 있기 때문에 승부는 끝이 나지 않는다.

한국 바둑의 절대강자 신진서 9단이 지난 8월4일 오후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군립 하정웅 미술관에서 제10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세계프로최강전 4강 두 번째 경기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바둑의 절대강자 신진서 9단이 지난 8월4일 오후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군립 하정웅 미술관에서 제10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세계프로최강전 4강 두 번째 경기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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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가 이미 지난 이창호는 그렇게 바둑 팬들에게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겨줬다. 이창호는 지난달 27일 프로통산 1900승(1무 794패)의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1986년 입단 후 38년 만이다. 앞서 1900승을 달성한 한국 바둑의 상징, 조훈현 9단의 뒤를 이었다. 이창호가 이은 조훈현의 길을 이제는 신진서가 따르고 있다.


바둑 기사들은 어쩌면 끊어지지 않는, 영원히 이어지는 길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생을 다하는 그날이 오더라도 바둑기사가 남긴 기보(棋譜)는 후대에 전해지기에…. 기보에는 그이가 살아온 인생이, 땀과 눈물이, 환희와 감동이 오롯이 녹아 있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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