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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년 만의 ‘최 부총리와 이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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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년 만의 ‘최 부총리와 이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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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일이다. 2014년 9월21일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사석에서 만남을 가졌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이 만남을 소개하면서 "금리의 ‘금’자도 얘기 안 했지만, ‘척하면 척’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은은 전달에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낮췄다.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둔 상황이었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해친 발언이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 것 아니냐’ 등 논란이 일었다. 이주열 전 총재는 며칠 뒤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했지만 재정·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역할론으로 맞받아쳤다.


지난달 30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세종시 정부청사 내 기재부를 방문했다. 한은 총재가 기재부를 찾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방문한 것은 그동안 네 번밖에 없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은 총재가 기재부를 방문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창용 총재의 기재부 방문은 지난 2월 최 부총리가 한은을 찾았을 때 이창용 총재가 ‘답방하고 싶다’고 하면서 성사됐다. 두 사람은 이날 기재부에서 기재부·한은 직원, 청년 인턴 등 150여명과 함께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지속가능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기재부와 한은 모두 "이번 만남은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안팎의 관측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두 수장의 만남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창용 총재가 도착하자 "현인(賢人)의 수장께서 기재부를 방문하신 것을 아주 환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현인의 수장’은 한은 총재를 빗댄 말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앞서 2월에 한은을 방문했을 때 제가 한은을 ‘현인 동반자’라고 ‘현인’을 붙였는데, 그 이유는 한은의 우수한 인재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총재에 대한 각별한 예우를 표한 셈이다.


이창용 총재는 "선진국이나 우리와 비슷한 이머징 국가들이 (금리를) 많이 올렸는데도 저희는 300bp를 올려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었던 데는 재정정책을 다른 선진국과 달리 안전하고 건전하게 유지해온 기재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하고 정책 공조가 앞으로도 계속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지금 경제상황은 10년 전과 닮았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 국면이지만, 다른 불안요인 때문에 무작정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과거에는 기업 구조조정이, 지금은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는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라는 거시경제정책 두 축의 수장이 공교롭게도 ‘최 부총리’와 ‘이 총재’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척하면 척’ 논란 이후 이주열 전 총재를 1년이 지난 2015년 8월 말에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상목 부총리와 이창용 총재는 매주 만난다. 이른바 ‘F4 회의’를 통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경제 현안을 상시로 논의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사실 금통위 위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총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만남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칠 여지는 사실 크지 않다. 기재부와 한은은 통화정책의 속도,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 등을 두고 종종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국 경제의 상황을 생각하면, 두 수장의 잦은 만남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창용 총재는 "낡은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 조금씩 수리하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고, 최상목 부총리는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 약화, 사회이동성 저하, 인구 오너스(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 등의 구조적 문제가 누증되면서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두 수장은 물론 두 기관 직원들이 자주 만나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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