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탄핵·좌파 척결 구호 등장
교육정책의 장이 진영대결로 변질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직을 상실함에 따라 새 교육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10월 16일에 실시된다. 그런데 이미 진보 진영에서 9명, 보수진영에서 5명이 출마 의사를 밝혀 후보 난립 현상을 보인다.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각 진영 내부에서의 후보단일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정작 문제는 서울시 교육의 수장을 선출하는 교육감 선거가 진영 간 정치 대결의 장으로 변질하는 모습이다.
가장 뜨거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은 진보 진영의 후보로 나선 곽노현 예비후보다. 그는 2010년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됐다가 2012년 선거법 위반 판결이 확정돼 직을 상실한 전력이 있다. 그것도 상대 후보를 돈으로 매수한 비교육적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당선이 무효가 되면서 반납해야 할 선거 보전비용 35억원 중 30억원가량을 아직 갚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기만 하다.
같은 진보 진영 후보들, 혹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곽 예비후보의 출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출마를 비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고소하는가 하면 진보 진영 후보들에 대해서도 “부당한 사퇴 압력을 멈추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곽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우리 교육을 검찰 권력으로부터 지키는 선거”라고하는가 하면,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3중 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검찰에 대한 평가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교육감 선거와 검찰권력을 연결하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고, 더구나 대통령 탄핵 얘기까지 가는 것은 교육감 선거를 정치적 대결 판으로 변질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보수 진영의 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도 ‘좌파 세력’에 대한 이념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서울의 교육은 조희연 전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들에 의해 황폐해졌다”며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예비후보 출마에 대해서는 "좌파 저 인간들은 하나같이 참 편리한 '법정'을 갖고 있다"며" 이 작자들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을 운운한다"고 역시 좌우의 이념 차원에서 비난한다. "보수우파 애국시민 여러분들은 서울시교육감을 진보좌파 세력에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 조 전 의원의 말이다.
후보들 가운데는 더러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 필요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좌우 진영으로 갈려 정치적 싸움의 판으로 이번 선거를 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그렇게 한 진영의 정치적 입장을 앞장서서 대변해야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와중에 각 후보가 어떤 교육정책을 갖고 제시했는지는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가 이렇게 좌우 이념대결의 판이 되었을 때, 누가 교육감으로 선출이 되든 ‘정치 교육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느 진영에 속한 후보가 교육감 자리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이 달라지는 작금의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그래서는 교육이 ‘백년대계’가 아니라 ‘4년소계’가 될 수밖에 없다.
진보-보수 양 진영 내부에서도 후보단일화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선거와 무엇이 다른지 알 길이 없다. 말만 교육감 선거이지 정치선거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바라건대, 학생들 교육을 책임지는 위치에 과잉 이념, 과잉 정치의 사고에 갇힌 후보가 들어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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