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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금융에 '생명'보험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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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임직원들이 (조사와 수사를) 잘 받고 있으니 결과를 보고 얘기하는 게 좋겠다." 몇차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임종룡 회장이 사과하면서 "조사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않았다.


우리나라 4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은 현재 생명보험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최근 동양·ABL생명 지분을 1조549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생보업이 저출산·고령화로 위기인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참여는 반길 일이지만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리금융이 계열사를 총동원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대출한 약 600억원 중 350억원이 부당대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이를 미리 알고도 금융당국에 늑장보고했다. 이는 금융사로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one for all and all for one)." 독일 경제학자 알프레트 마네스는 상부상조 정신에 근간을 둔 생명보험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원전 3세기부터 시작한 생명보험은 인간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다. 내가 불행한 사고를 당했을 때 가족에게 닥칠 손실을 분담해줄 것이란 믿음이 나도 기꺼이 타인의 고통에 손을 내미는 동기로 작용한다. 과거엔 이 믿음을 신이나 리더의 권위로 지켰다면 오늘날엔 기업이 이를 책임진다.


전 CEO의 비위행위에도 '제 식구 감싸기'에 집중하는 우리금융이 과연 합산자산 50조원짜리 두 생보사에 담긴 고객 신뢰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인은 지인(知人)을 위해, 지인은 일인을 위해' 상부상조하는 금융사는 생보업보다 계모임을 관리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인간의 사망과 생존에 관한 위험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생보업은 고리대금업에서 발전한 은행보다는 더 큰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더구나 생보업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단순 종신보험을 넘어 돌봄·간병·치매 등 라이프케어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고객 신뢰를 배신한 금융사에 자신의 생로병사를 믿고 맡길 고객은 없을 것이다.


금융당국과 업계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금융은 지난달 100대 과제를 선정해 내부의 오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조직문화의 낡은 관행을 반성하고 환골탈태 수준의 해법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우리금융이 최근 내놓은 1호 개선안은 고작 아침체조 폐지였다. 최근 문제된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10월부터 진행하는 우리금융 정기검사에서 손태승 사태와 임 회장의 늑장보고, 생보사 인수에 따른 자본적정성 등을 살필 계획이다. 당국이 금융사가 내놓는 재무적 수치에만 높은 비중을 두고 등급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다시는 K-금융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기 좋은 숫자에 가려진 '잘못된 조직문화'를 걷어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기자수첩]우리금융에 '생명'보험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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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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