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정 클립스컨설팅 대표
"최근에는 임금피크제로 전환할 때부터 미래 커리어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재직자 대상의 경력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죠. 퇴직 직전보다는 몇 해 전부터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인적자원개발(HRD) 전문 기업 '클립스컨설팅'의 박숙정 대표는 요즘 퇴직 준비 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단순히 급여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버티는 것도 있지만, 퇴직을 앞둔 시기를 활용해 삶에 대해 새로운 설계를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더 오랫동안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클립스컨설팅은 LG전자·SK이노베이션·삼성전자 등 1000개가 넘는 누적 고객사들의 약 2만7000명에게 교육을 제공한 경력이 있는 기업교육·전직 지원 전문 회사다.
1966년생인 박 대표는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했지만, 사람을 케어하고 강의하는 것을 좋아해 인력 개발 분야로 진로를 설정했다. 그는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하며 학위를 받고 커리어를 쌓았다. 박 대표는 제이엠커리어 사업부 전무를 거쳐 버크만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7년에 클립스컨설팅을 설립했다.
-지금과 옛날의 퇴직 문화가 어떻게 다른가.
▲과거에는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비자발적인 퇴사자들의 연령대가 매우 낮았고, 이로 인해 불안감과 우울감이 컸다. 또한, 구직자들의 상황이 매우 다양해서 재취업도 힘들었다. 그때는 자기탐색을 통해 진로를 설정하기보다는 일단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고용제도가 계속 바뀌면서 정년을 채우는 문화가 정착됐고, 임금피크제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의식 수준도 많이 올라갔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조직에 많이 들어오면서, 일의 의미와 개인의 성장 역시 더욱 중요해졌는데 이게 조직의 분위기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성격도 바꿔놨다. 과거에는 단순히 바로 재취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개인의 가치와 삶의 질을 고려한 종합적인 커리어 설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전직·재취업 서비스 시장의 변화에 대해 말해달라.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 시기에는 주로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퇴직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 지원)'라는 개념과 제도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도 이때부터다. 2010년부터는 취업성공패키지(현 국민취업지원제도)가 10년간 활성화됐고, 이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다.
큰 변화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에 대해 재취업 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된 거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근로자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였다. 구체적으로는 진로 상담·설계, 직업 훈련, 취업 알선 등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생겼다. 클립스컨설팅은 기업들이 이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컨설팅을 제공한다.
-의무화 도입 초기와 지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이런 재취업 지원서비스 교육을 열어도 안 오는 대상자들이 많았다. 교육을 들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내가 왜 이런 걸 들어야 하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입소문이 나서인지 교육 참여율이 무척 늘었다. 오히려 "너무 늦게 한다, 좀 더 빨리했으면 좋겠다" 등의 바람을 표출하는 대상자들도 있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당장 본인들이 퇴직해서 나가면 4대 보험처럼 기존에 회사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여기던 것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니까 이롭다는 거다.
-클립스컨설팅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
▲우리는 고객사의 요구를 파악해, 대상자들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단순직과 고급 연구직 박사의 경우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단순직의 경우 새로운 직종으로의 전환이나 기술 습득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연구직의 경우 그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둘 수 있다.
나는 대표로서 가능한 한 첫 미팅에 직접 참여해 라포를 형성하고, 프로그램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여한다. 이런 노력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 이 일의 핵심이다.
-지난 4년 동안 매출이 다섯배가량 증가했다고.
▲2020년에 약 4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2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몇 년 이상 계약을 이어가고, 다른 계열사로 이어주는 등의 케이스가 쌓여 그런 것 같다. 우리 회사 규모는 직원 수 20명 내외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운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1000명 이상 기업에 대한 의무화 정책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 회사도 이 분야에 더 주력하게 됐다. 이 시장에서의 비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40대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직자의 경력 개발부터 퇴직자의 전직 지원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전체 커리어 사이클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급격한 변화와 세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기업 팀장급 직원들의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들이 끌어가야 하는 젊은 세대들은 예전의 리더십 버전으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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