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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조선의 천재 정약용 대신 가사를 책임진 아내 홍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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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아내로 힘든 삶
농사 지으며 온갖 궃은일 도맡아
귀양지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

이한 역사작가

이한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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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이 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다산 정약용, 조선을 대표하는 천재 중 한 사람이자 다산학의 근간이던 그가 바로 홍혜완의 남편이었고, 그렇기에 그녀의 이름도 다산의 아내 풍산 홍씨로 기억된다. 홍혜완은 스스로 쓴 기록을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틀림없이 남편 정약용과 많은 대화를 주고받고 편지를 주고받았겠지만, 남편의 문집에 간접적으로만 남아 있다.


그녀는 무관 홍화보의 딸로, 15살 때 어여쁜 다홍치마를 입고 정약용과 결혼했다. 조선에서 제일가는 천재의 아내가 되었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정약용은 성균관의 시험에서는 계속 장원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대과 시험에서는 낙방을 거듭했다. 가난한 살림에 마침내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어느 날, 종이 옆집의 호박을 훔쳐 왔다. 하지만 홍혜완은 회초리까지 들고 종을 야단쳤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 해도 남의 것을 훔칠 수는 없었다.

이 광경을 보던 정약용은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며 시를 지었다. 그 시 덕분에 이런 사연을 알 수 있지만, 시나 짓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어떻게든 먹을 것을 마련하고 자식들을 돌보는 일은 홍혜완의 몫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남편 정약용은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에 올랐지만, 좋은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정조가 승하하고 신유박해가 벌어지자, 정약용과 그 형제들은 사형에 처해지거나 귀양을 가게 된다. 홍혜완은 어린 막내아들을 안은 채 머나먼 귀양길을 떠나가는 남편을 배웅했다.


이후로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서 홍혜완은 온갖 궂은일을 하며 가족들을 보살피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마늘을 심고 밤을 주웠으며, 누에를 키웠다. 하지만 슬픔은 계속되었다. 평생 그녀는 9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두 아들과 한 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찍 죽었다. 특히 막내아들은 귀양 간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며 아파하다가 죽었다. 이 모든 고통을 겪은 홍혜완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정약용은 집의 가난과 아이들의 질병, 그리고 죽음 앞에서 몹시 슬퍼했지만 귀양지에서 묶인 몸으로는 편지를 보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홍혜완은 꾸준히 농사를 지었고, 자식들을 귀양지의 남편에게 보낼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 뒤에 있었을 수많은 눈물과 땀과 괴로움은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어떻게 그 모든 걸 해냈을까.

그런데 홍혜완은 마냥 운명에 순종하는 여인은 아니었고, 오히려 남편을 야단치는 강한 아내였다. 둘째 형 정약전의 외아들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슬픔에 잠긴 형수는 먼 친척을 양자로 들이고 싶어했다. 그런데 정약용이 ‘예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하자 홍혜완은 엄한 편지를 보냈다. "사람이 더 중요하니까 예를 말하지 말라"고. 결국 천하의 정약용도 뜻을 굽혔다.


귀양지에서 지낸 지 18년 만인 1818년 마침내 남편 정약용은 귀양지에서 풀려나 홍혜완의 곁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홍혜완의 나이는 57세, 노인이 되어 남편을 만나고 또 18년을 함께 살았다. 그리고 결혼 60년을 축하하는 회혼의 날, 정약용은 세상을 떠난다. 홍혜완은 그로부터 2년 뒤 남편 곁에 묻혔다.

좌절과 슬픔이 가득한 삶이었지만 정약용이 죽는 날까지 머문 곳은 마현의 집이었다. 남편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견디면서 집을 일구어낸 홍혜완이 없었다면, 과연 인간 정약용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이한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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