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백색 수소도 주목해야"
"암모니아는 유독성 물질로 주민 수용성을 해결해야 하고 수소로 크래킹(cracking·분해)했을 때 경제성을 담보하기도 어렵습니다. 수소 운반체는 궁극적으로 액화수소로 가야 합니다."
지난 14일 만난 황지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교수는 국내 현실에 맞는 수소 운반체는 결국 액화수소로 가는 것이 맞다고 확신했다. 또한 자연 상태로 매장돼 있는 ‘백색수소’에 대해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약 20년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프랑스 테크닙, 네덜란드 SBM오프쇼어, 독일 린데 등 국내외 유수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수소 에너지 전문가다. 국립부경대학교에서 학사, 부산대에서 석사 학위,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2012년 서울대학교에서 해양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켄텍 교수로 초빙됐다. 독일 프라운호퍼와 켄텍이 학교 내에 공동 설립한 연구소인 FIP(Fraunhofer Innovation Platform)의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방안’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에서 암모니아를 수소의 중요한 운반체로 인식하고 암모니아 생태계 구축에 힘써왔다.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에서 청정암모니아를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청정 암모니아를 도입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황 교수는 수소 운반체로서 암모니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는 물질로 대량으로 보관, 이동 시에 항상 누출 사고 위험성이 뒤따른다. 암모니아가 특유의 냄새로 누출을 알아채기 쉽고 공기보다 가벼워 개방된 공간에서는 큰 위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 대형 암모니아 저장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황 교수는 암모니아가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저장, 운송하기 위해서는 암모니아 합성 시와 크래킹 시 두 번에 걸쳐 막대한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황 교수는 "암모니아 합성 기술인 하버-보슈 공법은 100여년 전부터 정립됐으나 수소 크래킹 기술은 아직 실험실이나 파일럿 단계이며 그마저도 순도 90% 이상의 수소를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순도가 낮으면 다시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비용이 추가로 상승한다.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지 않고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와 혼소 발전한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황 교수는 "암모니아는 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청정 연료지만, 또 다른 환경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녹스)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촉매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다시 또 경제성 이슈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연구개발(R&D)되고 있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의 경우에도 탈수소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톨루엔 등 유기화합물을 폐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황 교수는 결국 수소 저장 기술은 액화해서 수요처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액화수소가 가장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액화수소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독일 린데, 프랑스 에어리퀴드, 미국의 에어프로덕츠 등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황 교수는 한국도 액화 수소 기술에 대한 경험을 쌓고 대량 생산 및 저장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또한 백색 수소 혹은 골드 수소가 수소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백색수소는 자연 상태로 매장돼 있는 수소를 말한다.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다수의 탐사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백색 수소가 개발되면 수소 가격을 ㎏당 1달러 이하로 낮춰 수소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에 매장돼 있는 백색수소의 양은 5조t에 달한다"며 "이 중 일부만 채굴해도 인류가 충분히 쓸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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