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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도 인생도 투자도…인삼 키우는 일처럼 기다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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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 다성벤처스 회장 인터뷰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창업주
최근 '한 계단씩, 다 함께' 출간

"벤처도 인생도 투자도…인삼 키우는 일처럼 기다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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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집안에서 6년근 인삼을 키웠다. 매년 인삼을 심고, 그다음 해에 또 심고, 그렇게 다섯 번을 심어야 맨 처음에 심었던 인삼이 출하된다. 벤처캐피털이 인삼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5년 정도는 투자가 이뤄져야 하더라. 인삼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했으니까 올해 2년째 인삼을 심고 있다."


벤처캐피털 사업을 인삼 재배에 비유한 이는 이제 막 벤처캐피털 사업에 뛰어든 성장현 다성벤처스 회장이다. 다성벤처스는 지난해 5월 설립됐다. 성 회장은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 창업자다. 대한항공 전산실 직원으로 1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0년 다나와를 창업했다. 2011년 기업공개(IPO), 2021년 사모펀드에 매각까지, 벤처 성공 신화를 썼다. 성 회장은 2021년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다나와 경영권 지분 51.29%를 3980억원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최대 주주로 둔 전자상거래 기업 코리아센터에 매각했다. 정든 다나와와 연을 정리한 뒤 1년여가량 쉬고 다성벤처스를 설립했다. 월급쟁이로 인생 1막, 스타트업 창업자이자 경영자로 2막을 살았고, 스타트업 투자자 겸 창업자 후배들 멘토로 인생 3막을 시작했다.

성 회장은 최근 인생 2막까지를 정리한 책 '한 계단씩, 다 함께(푸른솔)'를 출간했다. 때로 글쓴이의 성격이 느껴지는 글이 있는데 유독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책이다. 화려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지만 글에서 자신을 치장하고, 내세우는 법이 없었다. 다나와를 정식 런칭하고 6개월 뒤, 아내가 "쌀이 떨어졌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며, 굳이 3500만원이라는 구체적 금액까지 언급하며 퇴직금을 다 썼다고 표현한 대목에서는 소탈함이 묻어났다. 분명 미문(美文)이 아닌데 담백하고 솔직해서 미문(美文)처럼 느껴졌다. 지난 2일 글쓴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 회장은 미사여구 싫어한다며 (기사를) 진솔하게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기가 닥치면 조급함보다 기다림으로

"저는 사업을 하면서 늘 위기가 닥치면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직원을 닦달하거나 엉뚱한 곳에 투자를 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하였습니다."(137쪽)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문장이었다. 성 회장은 '기다림'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2011년 1월 코스닥 상장 직후 다나와에 위기가 닥쳤다. 다나와는 개인용 컴퓨터(PC) 전성기에 세상에 나온 기업이다. PC 부품 가격을 속속들이 비교해주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10년대 들어 패권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넘어갔다. 세상이 변화가 조직을 흔들었다.

"다나와 사업이 용산의 PC 부품 시세와 연동해 경기를 많이 탔다. 일정 주기로 경기가 반복됐다. 내가 해결을 못 하는데 직원들을 쥐어짠다고 직원들이 해결을 할 수 있었겠나.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보면 또 좋은 성과들이 나오곤 했다."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다보니 어느덧 다나와가 PC부품 뿐 아니라 모든 제품의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변신해 있었다. 위기가 오히려 더 큰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 역할을 했다.


성 회장이 인재를 영입하는 방식도 기다리는 것이었다. 채용과정이 끈질기게 기다리는 과정이었다. 다나와 공동 대표를 지낸 대학 동문 손윤환 씨에게 영입 제안을 한 때는 손 씨가 이민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성 회장은 친구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성 회장은 강원대에 다니는 학생을 영입하기 위해 그를 세 번이나 찾아갔으며 예리한 정보기술(IT) 기사를 쓰던 기자를 몇 년간 지켜본 뒤 영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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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 중 유비가 가장 끌려

성 회장이 인재 영입에 시간을 들여 정성을 쏟은 이유는 사업은 본질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영을 혼자 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다나와 사이트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을 뿐 스스로가 뛰어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영은 내가 모르는 부분도 너무 많아서 처음 시작할 때 손윤환이라는 친구를 끌어들였고 그 후에도 자금에 여유가 좀 생기면 계속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영입함으로써 회사를 더 크게 만들고 그렇게 키운 회사를 적절하게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더 큰 회사를 만들고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경쟁업체 대표 중에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혼자 여러 일을 하는 분이 계셨다. 빨리 지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그 분은 빨리 업계를 떠났다.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지치지 않고 오래할 수 있었다."


성 회장은 책에서 다나와가 자리 잡았던 목동을 수호지의 배경이 되는 양산박에 비유한다. 양산박은 수호지에 나오는 108 영웅호걸들이 모이는 곳이다. 목동이 서울의 변방일 수 있지만 수호지의 양산박처럼 능력 있는 인재들이 모여 다나와의 성공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성 회장은 삼국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은 유비를 꼽았다. "유비가 뛰어난 인물은 아니다. 장비, 관우, 조자룡, 제갈공명하고 같이 하는데 사업을 하면서 항상 그 부분을 생각했다. 결국 사업은 혼자 잘나서 하는 게 아니다. 같이 하는 거다."


연탄 배달하면서 많은 것 내려놔

성 회장은 "연탄 배달을 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놨다"며 "인생의 쓴맛을 많이 봤다"고 했다.


성 회장은 집이 인삼을 재배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선거에 출마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인하대학교 입학 뒤에는 1주일 만에 휴학계를 제출했다. 집안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연탄 배달이었다. 자수성가하면서 다시 남부럽지 않은 여유를 되찾은 성 회장은 주변을 돌아보며 같이 잘 살고 싶다고 했다. "주변과 같이 물 흐르듯이 잘살아 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짓을 놓치지 않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같이 도와주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성 회장이 새 사업으로 벤처캐피털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성 회장은 스타트업 환경이 다나와를 창업할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다나와를 창업할) 당시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창업에 매달리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대학교 졸업하면 회사 생활을 생각했다. 지금은 대기업보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나. 그렇게 보면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살아남기가 어려워졌다."


다만 분명 기회는 있다고 했다. "나는 2000년대 인터넷 시대에 창업했고 그 후에 모바일 붐이 있었고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다. 이런 변혁기가 스타트업에 가장 좋은 상황일 수 있다. 이런 시류에 올라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AI와 관련된 빠른 변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성 회장은 향후 AI가 인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질문에 위험하다고 답했다.


"우리가 AI를 통제하지 못하면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너무 준비나 대비 없이 무조건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준비하고 기다리자는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대답이다.


한 계단씩, 다 함께 | 성장현 지음 | 푸른길 | 248쪽 | 1만68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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