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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출향인들에게 주는 추억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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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다. 그 많던 별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다 동네에 가로등이 생기고 집마다 형광등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지 별을 보지 않게 되었다. 한가로이 별 구경을 할 짬이 없었던 듯하다. 이제는 별을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저자 택리지)

[빵 굽는 타자기]출향인들에게 주는 추억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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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뇌에서 과거의 경험을 부호화해 불러오는 능력이다. 어떤 사건이 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뇌 전체에 걸친 뉴런들에 인코딩돼서 저장되는 과정을 거친다. 워낙 복잡하고 미묘한 과정이라 현대과학에 이르기까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과학의 영역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미완성인 채로 태어나는데 태어난 후 10여 년간의 결정적 시기를 거치면서 시냅스를 완성한다고. 고향이 그리운 이유는 뇌가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뇌 기능을 완성시키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작가 택리지가 펴낸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는 앉은 자리에서 반나절 만에 읽을 수 있는 무겁지 않은 분량으로 이뤄졌다. 한 두 페이지의 글을 엮어 만든 옴니버스 형식으로 70년대 말과 80년대에 초 고향에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슴슴한 매력이 느껴졌다. 식사 예절과 순서를 신경 써야 하는 품격 있는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코스 요리도, 사이다썰이 난발하는 마라탕도 아니었다. 조미료 맛은 없지만 달고 짜고 쓰고 신 맛이 느껴지는 글. 그런 오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네 번째 ‘가족’ 챕터의 첫 번째 글인 ‘비행기 장난감’. 고향의 정취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동시에 전해졌다. 그 밖에도 ‘폭죽의 추억’과 ‘가족사진’도 인상 깊게 읽었다.

한편으로는 40여 년 전의 일화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저자의 기억력이 경탄스러웠다. SKY라고 불리는 명문대를 졸업한 후 최고의 직장들을 거쳐 성공한 출향인으로 삶을 사는 저자 택리지. 가난하고 초라했던 과거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추억을 곱씹으며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결국 사람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살 수밖에 없다. 기록은 기억으로 남고, 추억이 되면서 하나의 인생으로 완성된다. 썩어 사라질 육체와 불완전한 정신을 지탱해주는 기억. 나의 정체성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어쩌면 기억이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


책의 담담한 문체가 새삼 애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우리네 삶이 그냥 흘려보내기에 너무 아쉽기 때문일까. 가끔 이유 없이 울고 싶은 출향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른 이의 기록이 나의 깊은 내면에 말을 거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택리지 지음|테라코타|248쪽|1만8000원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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