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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타자기] "인구든 경제든 성장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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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
축소 진입했음에도 성장에 집착
불평등·빈곤만 발생시킨다 진단

[빵굽는타자기] "인구든 경제든 성장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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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성장의 시대는 갔다. 인구, 도시부터 경제까지 세계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 축소라는 필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무용하다. 쪼그라드는 파이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무한경쟁도 무의미하다. 축소를 인정하고, 적응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출신 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가 ‘축소되는 세계’를 통해 내린 진단이다. ‘성장’은 인류에게 언제나 변치 않는 희망이며 목표였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성장의 역사였다. 인구든 도시든 경제든 굴곡이 있을지언정 멀리 보면 늘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멈추지 않는 팽창과 성장에 스스로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로버트 맥나마라 세계은행 총재는 1969년 의료시설은 대개 사망률을 떨어뜨려 결국 인구 폭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때문에 인구통제와 관련되지 않은 의료활동에는 재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까지 발표했다. 그 밖에 여러 나라 정부들이 앞다퉈 출산율을 낮추려 들었다.


그 이면에는 인구가 줄어도 성장할 수 있다는 맹신이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2019년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 지아 큐레시는 "지난 20년 동안 신기술이 널리 확산했지만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경제에서 생산성 향상 속도는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며 "대략 2005년경 이후부터 선진국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평균적으로 직전 15년 동안의 절반에 불과했다"라고 꼬집었다.


세계 각국의 주택 공급과 경제 개발, 도시 재활성화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오히려 인구가, 도시가 축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 같은 축소는 비가역적 상황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며 지금 인구가 줄고 있는 국가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가 정책도 큰 소용이 없었다. 출산율과 가족계획프로그램, 특히 1970~1980년대 도입된 인구조절 방안 사이의 관계는 찾기 힘들다. 아니, 오히려 관계가 약하거나 아예 관련성이 없었다.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펼치기 10년 전부터 이미 출산율은 내리막이었다. 이후 펼친 ‘두 자녀 정책’도 출산율을 올리지 못했다. 그저 성비에만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저자는 축소에 진입했음에도 성장에 집착하면 불평등과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봤다. 기술의 혜택이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만 돌아가고, 동시에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기후 변화라는 역풍까지 덮친다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전 세계를 톺아봤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동아시아는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과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미국과 인도까지 세계 곳곳의 인구 감소 현황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과 경제적 쇠퇴를 통계와 수치로 보여준다.


결국 저자는 사회와 도시의 축소, 인구 감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저자가 생각한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바로보기’다. "지나칠 정도로 성장을 정상적인 것으로 내면화하고 무한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으면, 쇠퇴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외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빈곤과 불평등 증가를 탓할 희생양을 찾게 된다."


축소되는 세계 | 앨런 말라흐 지음 | 김현정 옮김 | 사이출판사 | 456쪽 | 2만3000원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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